[fn광장] 기립박수의 미학

김충제 2021. 4. 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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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공연장에 뮤지컬을 관람하러 갔을 때 계속되는 코로나19 여파로 객석에는 '함성금지'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비교적 기립박수가 후한 뉴욕의 브로드웨이나 런던의 웨스트엔드 극장가의 경우 커튼콜에서 관객들은 배우들이 앙상블, 조연, 주연 순서로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난다.

공연 중에 너무나도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관객은 중간에도 기립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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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공연장에 뮤지컬을 관람하러 갔을 때 계속되는 코로나19 여파로 객석에는 '함성금지'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작품이 만족스러웠던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큰 박수를 보냈다. 함성은 금지됐지만 수고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감사함을 표시하는 기립이었다.

기립박수(Standing Ovation)는 공연, 스포츠 혹은 연설과 같은 라이브 행사에서 청중이 연희자(演戱者)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만족감을 표시하는 행위이다. 기립박수에도 적절한 타이밍과 그것이 가진 미학이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일반적인 타이밍은 모든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 이어지는 커튼콜에서다. 비교적 기립박수가 후한 뉴욕의 브로드웨이나 런던의 웨스트엔드 극장가의 경우 커튼콜에서 관객들은 배우들이 앙상블, 조연, 주연 순서로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난다. 특히 감동을 가져다준 주연배우가 무대 중앙으로부터 환한 웃음을 짓고 걸어 나올 때 그 기립 행렬은 우레와 같은 환호성과 함께 정점에 이른다.

물론 기립박수가 꼭 말미(末尾)에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공연 중에 너무나도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관객은 중간에도 기립박수를 보낸다. 극에 몰입해야 하는 배우들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는 타이밍이지만 베테랑 배우들은 노련하게 대처한다. 2017년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베트 미들러가 출연했던 '헬로, 돌리!' 공연장에서는 매일 밤 벌어진 일이었다.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는 당사자가 노구를 이끌고 연단에 오르기 시작하면 청중들은 기립박수로서 아름다운 존경심을 담아 그의 장인(匠人) 정신을 기린다.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서 연설을 하게 되면 의원들은 정파에 관계없이 대통령 입장 때 전원 기립박수를 보냄으로써 예를 표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국회에서 대통령 연설 시 일부 야당의원이 기립하지 않아 정쟁으로 비화되는 일이 자주 있었다. 기립박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어야 의미가 있다는 의견과 국가원수에게 의회가 갖춰야 할 기본 예의라는 의견이 맞섰다. 기립박수마저 정치적으로 재단되는 현실이 씁쓸하다.

사실 기립박수의 시초로 알려진 헨델의 '메시아' 초연(런던, 1743년) 때도 정치적인 이유가 개입됐다. 이 공연을 참관 중이던 국왕 조지 2세가 하이라이트인 "할렐루야" 합창 부분에서 감격에 겨운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보내자 귀족들도 따라서 기립하게 됐고, 그 후 같은 부분에서 기립박수를 치는 관행이 생겼다고 한다. 만약 같은 상황에서 일개 청중의 돌출행동으로 끝났다면 이 전통은 시작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결국 가장 자연스러운 기립박수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관계없이 마음에서 우러나와 스스로 일어나는 것이다.

청중이 박수와 환호성을 보내는 것도 모자라 푹신한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무대 위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받는 사람에게도 잊지 못할 영광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아직 어려운 시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큰 감동이 있는 곳이라면 함성은 자제하면서도 기립으로 그 마음을 표현해보는건 어떨까.

조용신 연극 뮤지컬 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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