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촉]민주당의 몰락, 윤석열도 2030도 아닌 '이것' 때문?

이동훈 논설위원 2021. 4. 2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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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23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다”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동의한 사람이 오늘 기준으로 12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상당히 빠른 속도입니다. 청와대 답변 기준인 청원 동의 20만명 돌파는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입니다. ’30대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청원자가 올린 글에 2030세대들이 폭발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은 위원장은 미등록 가상 화폐 거래소의 9월 폐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가상화폐를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이말이 청와대 청원을 촉발한 겁니다. ’30대 평범한 직장인'의 청와대 청원을 찬찬히 읽어보시죠.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한다고 하셨죠?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왜 이런 위치에 내몰리게 되었을까요?’ ‘제가 4050 인생선배들에게 배운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내로남불입니다.아랫사람들에게 가르치려는 태도… 대한민국을 망친 어른들의 공통점입니다. ’4050 인생 선배들은 부동산이 상승하는 시대적 흐름을 타서 노동 소득을 투자해 쉽게 자산을 축적해 왔습니다. 쉽사리 돈을 불렸지만, 이제는 투기라며 2030에겐 기회조차 오지 못하게 각종 규제들을 쏟아 냅니다’ ‘정작 본인들은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시절 쉽사리 취업해서 큰 자기개발이 없이도 현재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무한 경쟁을 통해 어렵사리 취업한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 노력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슨 노력을 그렇게 하셨던가요’ ‘선진국들은 가상화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종 노력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제조업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바라 보십니까. 앞으로 국내 IT와 금융의 앞날이 어둡습니다’

30대 직장인의 기성세대 성토, 동의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2030세대가 4050세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3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박상기 법무장관이 가상화폐를 ‘투기·도박’으로 규정하고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이렇게 말했다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갤럽 기준으로 그때 문 대통령 지지율은 73%였는데 박상기 발언 후에 2주만에 64%로 급락했습니다. 청와대는 당시 “조율되지 않은 발언”이라며 급히 진화에 나서야 했습니다. 박상기의 난이었습니다. 지금은 은성수의 난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 정권 입장에선 더 어려운 상황 아닙니까? 민주당이 지난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원인, 중요한 것 하나가 2030이탈 아닙니까. 그래서 2030을 다시 잡기 위해 있는 정책 없는 정책 다 끌어대는 마당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또 벌어진 겁니다. 집권 여당에 대한 20대 전반의 거부감이 광범위하게 퍼진 상황에서 은 위원장이 역린을 제대로 건드린 겁니다.

민주당에선 은위원장에 대한 강한 비판이 나옵니다. “자신의 철학과 소신만 내세우느라 정무직 공직자로서 정무적 감각이 ‘제로(0)’라는 걸 보여줬다” 이런 표현은 점잖습니다. 민주당 비례대표 1991년생 전용기 의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제발 정신 좀 차리라. 은위원장 발언은 명백한 ‘꼰대’식 발언이다. 정말 어른인 척 하고 싶었다면 훈계할 게 아니라 청년들이 돈을 벌고 살아갈 방법을 찾아내는 데 주력했어야 한다” ‘제발 정신 좀 차려라’라는 표현, 참 직설적입니다. 이광재 의원,”가상화폐 정책은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자 중 2030 세대가 59%다” “그들은 삶이 불안해 미래 가능성에 매달린다.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조건을 마련해주는 게 어른들의 역할이다” 이렇게 말합니다.

민주당은 은성수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하지만 민주당도 사실 할 말 없습니다. 2017년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불던 시절부터 정권은 가상화폐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런 기조를 이어왔습니다. ‘투자자들을 위한 룰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런 언론과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를 닫았습니다. 이제와 뭐라도 하려니 참 어렵습니다. 민주당에선 여기저기서 이런 말 저런 말, 이런 대응 저런 대응이 튀어나옵니다.

‘민주당이 내년 1월 1일로 정해져 있는 가상화폐에 대한 소득세 부과 연기를 검토한다’ 이런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러자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근거 없는 이야기다”이렇게 일축했습니다.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이르면 이번 주에 당 차원에서 ‘가상자산 특별위원회’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원내대변인은 “가상자산 대응 기구 발족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공지합니다. 중구난방이 따로 없습니다. 상당히 당황하고 계신겁니다.

민주당 내에는 가상화폐가 내년 3월 대선의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가상화폐 시장 참여자 대다수가 2030세대입니다. 이들은 공정 이슈, 부동산 이슈 으로 현 정권에 등을 돌렸습니다. 그런 마당에 가상화폐마저 문제가 생긴다면 2030의 분노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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