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리얼리티] 피카소의 여인들 1 – 마리 테레즈

2021. 4. 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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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에게 사랑이 무한한 영감과 예술혼의 ‘뮤즈(Muse)’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화폭 곁에 자리잡은 뮤즈의 존재는 화가의 삶과 예술적 열정을 투영한다.

역사 속 수많은 예술가에게 뮤즈가 존재했고, 이들과 나눈 사랑과 이별, 슬픔, 좌절, 성애, 환희, 쾌락의 감정이 모티브가 돼 불멸의 걸작으로 승화됐다.

현대미술의 거장 피카소에게는 그의 대표적 작품을 탄생케 한 여러 뮤즈가 있었다.

오데트, 제르메인, 마델레인, 페르낭드 올리비에, 에바 구델, 올가 코크로바(결혼), 마리 테레즈 발테르, 도라 마르, 프랑수아즈 질로, 제노비에브 라포르트, 재클린 로케(결혼).

이들 11명은 공식적으로 피카소와 사랑한 여자들이다.

스쳐간 여자들을 포함하면 100명이 넘을 것이라고도 한다.

피카소의 여자들을 이야기할 때 첫 손에 꼽히는 이가 마리 테레즈 발테르다.

1937년작 `마리 테레즈의 초상`ⓒ 2021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5월 1일부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의 포스터 주인공이 바로 그녀다.

피카소 작품 가운데 최고가인 1억5500만달러(약 1720억원)에 팔린 ‘꿈(Le Reve)’(사진)도 그녀가 모델이다. 마리 테레즈의 22세 때 모습이 화폭에 매혹적으로 담겨있다.

2010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피카소 작품 최고가(1억650만달러)를 기록했던 ‘누드, 녹색 잎과 상반신’ 도 마리 테레즈가 모델이다.

작품성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피카소가 가장 뜨겁게 사랑한 여자라 봐도 좋을 것이다.

피카소의 전기를 쓴 친구 브라사이는 이렇게 증언했다.

“피카소는 그녀의 금발, 빛나는 얼굴색, 조각 같은 몸매를 사랑했다. 그날 이후 그의 그림은 물결치기 시작했다.”

어쩌면 단편적인 작품이 아니라 화풍 전체에 영향을 미친, 진정한 뮤즈였던 셈이다.

마리테레즈를 담은 사진들

피카소가 발테르를 처음 만난 것은 1927년으로 그의 나이 45세, 발테르는 고작 17세였다.

45세의 피카소는 금발에 건장한 체형인 미성년 마리 테레즈를 우연히 지하철역에서 보고 말을 건 뒤 서점에 데리고 가 자신에 대한 책을 보여주고 6개월 동안 구애했다.

당시 피카소는 러시아 무용수 올가 코클로바와 결혼한 유부남이었다. 부부관계는 소원했지만 코클로바가 이혼을 해주지 않는 바람에 피카소와 발테르는 10년 동안 불륜관계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세인들의 도덕적 기준으로 피카소는 ‘용서받지 못할 남자(Unforgivable)’라 할 수 있다.

인간 피카소를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그의 작품에 경탄해 마지 않으니 예술의 힘은 도덕과 선악을 초월하는 걸까?

영원히 불타오를 줄 알았던 피카소의 사랑이 식고 새로운 정념의 불꽃이 피어오르기까지 많은 세월이 필요치 않았다.

몇 년 후 마리 테레즈는 피카소의 새로운 여인 도라 마르가 나타나면서 잠시 그녀와 오버랩 되다가 이내 피카소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새로운 뮤즈에게 정신이 팔린 피카소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후 마리 테레즈가 보여준 순정은 피카소의 파렴치함과 대조돼 더 극적으로 승화됐다.

미성년자일 때 아버지 같았던 마흔 여섯의 피카소를 만난 마리 테레즈.

성년이 되기를 기다려 동거에 들어갔던 그녀는 1973년 피카소가 죽은지 4년 뒤이자 그를 만난 지 50년째 되는 1977년 저승의 피카소를 보살펴야 한다며 목 매 자살한다.

피카소는 마리 테레즈와 함께 한 10년 동안 붓을 들고 젊고 싱그러운 애인의 모습을 열정적으로 화폭에 담았다.

꿈처럼 황홀한 그녀의 모습을 그리고 또 그렸다.

마리 테레즈는 피카소의 수많은 작품 속 여느 뮤즈들보다도 더 깊고 강렬한 창조의 열정을 불어넣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그녀는 불세출의 천재 피카소로 하여금 새로운 형태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고 그것을 빚어내도록 자극해 준 창조적 영감 그 자체였다.

[스튜디오M]

[손정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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