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배 폭리, 가짜약.. 절박함 이용하는 '인도 코로나 암시장' 성행

장은교 기자 2021. 4. 2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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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인도 델리에 사는 안슈 프리아는 5만 루피(약 74만5000원)를 주고 산소실린더(산소통)을 샀다. 보통 산소통 가격은 6000 루피(약 8만9400원) 정도.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는 기꺼이 돈을 지불했다. 프리야는 코로나19에 걸린 뒤 병세가 점점 악화되고 있는 시아버지를 위해 산소통을 찾아헤매는데 하루를 몽땅 썼다. 프리야가 어렵게 산소통을 구한 곳은 블랙마켓(암시장)이었다. 병원에 가봤자 환자들로 포화상태여서 어떤 것도 기대할 수 없었다. 비싼 돈을 주고라도 산소통을 구한 건 운이 매우 좋은 편에 속한다. 프리야는 아픈 시어머니를 위한 산소통을 다시 구하러 나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그땐 암시장에서 더 비싼 값을 내더라도 산소통이 없을지 모른다. 25일(현지시간) 영국방송 BBC가 전한 인도의 모습이다.

24일 인도 뉴델리의 한 화장터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로 숨진 이들의 화장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뉴델리|AP연합뉴스

지난 3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인도의 상황은 재앙에 가깝다. 지난해 1차 대유행을 이겨냈다고 자축했던 나렌드라 모리 인도 총리도 “폭풍이 나라를 덮쳤다”며 국가적 위기를 인정했다. 26일 기준으로 닷새연속 확진자 수가 30만명을 넘겼고, 거의 매일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인도 정부가 26일 발표한 신규확진자 수는 35만2291명, 사망자 281명이다. 지난 주 사망자 수는 전주에 비해 89%나 증가했다. 참담한 수치이지만, 이마저도 최소치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진단장비가 부족해 검사에만 1주일 넘게 대기해야 하는데다, 병원에 오지 않고 집에서 머물다 사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주요 병원들은 이미 포화상태인데, 이런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는 암시장이 성행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환자들이 급증하지만 병원에서 진료도 입원도 할 수 없게 되자, 많은 이들이 집에서 머물고 있는데 기본적인 의료장비나 치료제 등을 직접 암시장을 통해 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에겐 절실한 의료용산소공급기나 필수의약품의 가격은 암시장에서 10배~20배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BBC는 “산소통 공급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대부분 정상가격보다 최소 10배 이상 높은 값을 요구했다”며 그마저도 구하기 어려울만큼 수요가 높았다고 보도했다. 50ℓ용량의 산소통은 보통 80달러가 정상가격이지만, 암시장에선 660달러~1330달러까지 거래됐다. 330달러~930달러인 산소농축기는 2000달러~2660달러, 코로나19 치료제로 알려진 렘데르시비르는 100㎎당 12달러~53달러가 정상가격이지만, 330달러~1000달러까지도 거래된다고 BBC는 보도했다.

암시장을 통해서라도 제대로된 물건을 구할 수 있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가짜 제품을 이용한 사기도 많다.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짜약이 유통되거나, 돈만 받고 연락이 두절되기도 한다. BBC는 “많은 사람들이 절박함때문에 의심스러운 약품까지 기꺼이 구입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BBC는 “인도에는 암시장을 통해서라도 약을 구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이용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25일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은 인도에 의약품과 의료장비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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