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 자오 감독의 아카데미 시상식 방송 차단

'노마드랜드' 개봉 계획도 중단시키고 지방 매체에 방송 말라 지시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26일 생방송으로 중계된 2021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상하이에서 라이브스트림으로 보려던 시도가 무산됐다. 이 행사는 아카데미에서 클로이 자오의 동창이 기획한 것이었는데, 주최자의 개인 VPN이 거의 2시간 동안 차단됐다.

중국에서 태어난 자오는 26일 거행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자신의 작품 ‘모마드랜드’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다. 아카데미 93년 역사에서 유색인종이 최우수 감독상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 장면을 보기 위해 30여 명 시민들이 상하이의 역사적인 장소인 작은 술집 ‘더 분드’에 모였다. 유튜브를 통해 자오의 시상식 장면을 볼 예정이었으나 자오의 동창으로 행사를 기획한 케빈 커가 “VPN을 차단됐다”고 말했다.

커는 위챗 계정이 자오를 칭찬하는 글을 게시한 후 차단된 적이 있다고 영국 로이터 통신에 밝힌 바 있다. 유튜브 같은 많은 서방의 앱들이 중국에서는 금지돼 있으며, 지역 인터넷도 매우 엄중한 감시 아래 규제를 받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지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베이징에서 나고 자란 자오가 중국의 국수주의 부상을 배경으로 수상한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지난달 중국 네티즌들은 자오가 중국을 모욕했으며 지난 2013년 자오의 중국에 대해 비판적인 인터뷰 내용을 끄집어내 그녀의 국적을 문제 삼기도 했다.

밴을 타고 미국을 떠돌아다니는 공동체의 삶을 그린 ‘노마드랜드’에 관한 정보는 중국 티켓구매 사이트, 영화평론 사이트, 소셜 미디어 등에서 모두 삭제됐다. 그리고 이달 23일 개봉 예정이었던 계획도 중단했다. 중국 당국은 또 지방 매체들에게 아카데미 시상식을 방송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김상도 기자(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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