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지시받는 프리랜서 작가·피디도 노동자"..행정처분 잇달아

신다은 2021. 4. 2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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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더라도 실질적으로 방송사 지시를 받으며 일한 방송 작가와 프로듀서(PD) 등에 대해 법적으로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는 행정처분이 잇달아 나왔다.

노동부는 부당해고 소송 중에 극단적 선택을 했던 고 이재학 피디가 속했던 청주방송에 대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근로감독을 한 결과 프리랜서 계약을 한 작가와 피디 일부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노동자)로 인정된다고 2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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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이재학 피디 사건 1년만
법원서는 노동자 인정 못 받았으나
중앙노동위 이어 노동부 두번째 행정처분
‘청주방송 이재학 피디 사망사건 진상규명 대책위’가 지난해 3월 청주방송 사옥 앞에서 ‘이재학 피디 49재 추모 결의대회’를 열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모습.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제공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더라도 실질적으로 방송사 지시를 받으며 일한 방송 작가와 프로듀서(PD) 등에 대해 법적으로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는 행정처분이 잇달아 나왔다.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에 이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에서도 이들을 노동자로 판단한 것이다.

노동부는 부당해고 소송 중에 극단적 선택을 했던 고 이재학 피디가 속했던 청주방송에 대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근로감독을 한 결과 프리랜서 계약을 한 작가와 피디 일부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노동자)로 인정된다고 26일 밝혔다. 청주방송은 노동자 74명을 둔 충청북도 지역 민영 방송사다. 노동부는 이 방송사 프리랜서 21명 중 12명을 노동자로 판단했다.

우선 프리랜서 방송작가 9명 가운데 5명이 노동자로 인정받았다. 이들이 작가 업무뿐만 아니라 행사 기획·진행·출연진 관리 등을 함께 맡은 데다 방송사 정규직 피디나 편성팀장의 지휘·감독을 받아서 일했다는 점을 고려했다. 다만 노동부는 편성제작국에 속한 일부 방송작가는 자기 재량에 따라 독자적으로 작가 업무를 수행한다고 보아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프리랜서 피디도 정규직 피디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다는 점을 들어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들은 촬영 준비부터 영상 편집까지 정규직 피디의 프로그램 제작 전반을 보조했다.

방송사 엠디(MD·Master Director)에 대해선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는 한편, 현 고용형태가 불법파견이란 판단도 내렸다. 엠디는 프로그램과 광고, 속보 등의 송출 전반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는다. 엠디는 청주방송과 업무 위탁 계약을 체결한 하청업체 소속이었으나, 방송사 정규직 피디가 이들의 업무를 지휘·감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론 하도급 계약을 맺었지만, 실상은 파견 인력처럼 일을 시킨 셈이다.

노동부는 청주방송의 리포터와 디제이(DJ), 엠시(MC), 분장 담당자에 대해선 프리랜서 계약으로 방송사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청주방송 근로감독을 계기로 다른 방송사도 노동 실태를 조사할 예정이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은 “다른 방송사도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실태조사를 진행할 뜻을 밝혔다.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회사에 속해 업무지시를 받는 방송작가와 피디가 법적 노동자로 인정받는 건 당연하다”며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은 편성제작국 작가 4명을 비롯해 디제이, 분장 담당자 등도 감독이나 팀장 지시를 받는 등 실질적으론 독자적 업무 수행이 어려우므로 노동자로 판단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방송사가 아닌 전체 방송사와 모든 직군에 대해 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리랜서 방송 종사자들에게 법적인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는 움직임은 최근 행정부 안에서 잇따르고 있다. <문화방송>(MBC) 보도국에서 일하다 부당해고된 방송작가 두 명이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동자 지위를 인정 받은 게 최초 사례다. 앞서 하급심인 지방노동위원회는 업무상 재량권 등을 이유로 두 사람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청주방송에서 14년간 일했으나 스태프 인건비를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한 이재학 피디도 청주지방법원 1심에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자, 지난해 2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정부는 근로감독에 착수해 이날 이들의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는 판단을 내놨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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