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한국 정치에 필요한 다비드의 '포용 메시지'

송혜영 2021. 4. 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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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프랑스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는 '사비니 여인들의 중재'라는 그림을 그렸다. 작품 배경은 고대 로마 건국과 관련돼 있다. 고대 로마에는 다양한 나라가 난립해서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 나라가 국가 간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시한 것은 바로 '노동력'이었다.

로마를 건국한 것으로 알려진 로물루스는 노동력을 증대시키기 위해 인근 '사비니'라는 도시를 공격, 사비니 여성들을 집단으로 납치했다.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여자들을 납치한 로마인들은 이들 여성과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

로물루스 본인은 사비니 왕 타티우스의 딸 헤르실리아와 결혼했다. 졸지에 딸까지 빼앗긴 타티우스는 치욕을 갚기 위해 로마를 공격한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다. 아버지들의 복수를 기다릴 줄 알고 있던 사비니의 딸들이 도리어 전쟁을 막기 위해 호소한 것이었다.

사비니 여인 입장에선 납치된 후 원치 않은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아 비극적인 삶을 살게 됐지만 아버지들인 '사비니인'과 이제는 남편들이 된 '로마인'을 모두 살리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막아야 한 것이었다. 결국 사비니와 로마는 화해를 결심하고 하나의 로마를 이뤄 국력을 기르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작품의 역사적 배경은 로마지만 다비드가 그린 그림의 배경은 프랑스 바스티유이다. 다비드는 프랑스 혁명 시기 급진파인 자코뱅 당원이었다. 프랑스 혁명을 이끈 로베스피에르를 도운 인물이다. 로베스피에르는 혁명의 완성을 위한 공포정치 방법으로 단두대 위에서 수많은 목숨을 빼앗았다. 그러나 정작 파리 시민들이 원한 것은 드높은 이상보다 소박한 위로가 아니었을까. 다비드는 위로가 필요하던 당시 파리 시민들에게 로물루스 이야기를 통해 '포용과 용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다비드의 메시지는 2021년의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꼭 필요해 보인다. 많은 국민이 지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분노해 서울 광화문에 모여 촛불을 들었다. 국민들은 상식을 대변하는 정의로운 국가를 희망했고, 이런 기대에 힘입어 문재인 정권이 탄생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이 4년 동안 보여 준 모습은 이러한 국민들의 기대와 정반대였고, 절망의 연속이었다. '선민의식'을 바탕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운동권 세력은 자신들만 '선'이고 '정의'인양 세상을 이분법으로 나눴다.

이들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자가 있다면 일말의 반성과 성찰 없이 적폐·청산 대상으로 낙인을 찍었다. 헌정 사상 첫 탄핵이 이뤄진 이후 분열된 국민을 통합시켜야 한다는 명제에는 그 누구도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 오히려 자신들을 성역화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사회의 기준과 원칙을 무너뜨렸다. 그 결과 분열은 가속화돼 서로를 극단적으로 부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은 여전히 감옥에 있다.

복수는 연쇄반응처럼 또 다른 복수를 부른다. 일각에서는 내년에 정권이 교체된다면 문재인 대통령도 똑같이 법정에 세워 죄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이 되면 감옥에 가야 하니 대통령은 하기 싫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현실정치는 프레임 싸움이기 때문에 진영 논리에서 완벽히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국민들은 이제 분열을 끝내고 앞으로 나아가길 원한다.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행동하는 독주와 독단 정치에 국민은 지쳤고, 이제는 포용과 화해를 말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세상은 4차 산업혁명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이에 따른 국제 정세도 급변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명분 없는 적폐 청산에만 몰두하고 있을 것인가. 기후변화, 저출산, 한반도 통일 등 이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정말 중요한 담론을 두고 머리를 맞대는 자세가 필요하다. 복수를 끝내고 앞으로 나아가자.

김용태 국민의힘 광명을 당협위원장 official_y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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