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작품·감독상 받은 '노매드랜드', 中서 상영될 수 있을까

美 아카데미 등 유수 영화제서 상 받았지만 비난 목소리
"中은 어디에나 거짓말이 있던 곳" 발언 화근

2021년 4월25일(현지시간) 열린 2021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매드랜드'로 감독상을 받은 클로이 자오. © 로이터=뉴스1 © News1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노매드랜드'(Nomadland)가 과연 중국에서 상영될 수 있을까.

25일(현지시간)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매드랜드는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감독상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중국계 미국인 클로이 자오(39)가 만든 이 영화는 한 기업 도시가 무너진 상황 속 이곳에서 살아가던 여성 '펀'의 삶을 그렸다.

자오 감독은 이번 감독상 수상으로 중국 및 아시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인사로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노매드랜드는 이외에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다.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기 전 제77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및 감독상을 수상했다.

특히 골든글로브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최초의 아시아 여성이 됐을 때 중국 매체들은 자오 감독을 두고 '중국의 자랑'(the pride of China)이라고 칭송했다.

하지만 노매드랜드의 중국 내 상영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과거 그가 한 발언이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당초 4월23일 중국에서 개봉될 예정이었던 노매드랜드의 상영일은 현재 미정이다. 그가 2013년 한 영화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한 게 주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당시 그는 인터뷰에서 "내가 중국에 있었던 10대 때, 그곳은 어디에나 거짓말이 있었던 곳"이라며 "나는 영국에 가서 나의 역사를 다시 배웠다"고 말했다.

이로써 자오 감독에 대한 중국인들의 칭찬은 곧 비난으로 변모했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지난 3월10일 그를 향해 "거짓 없는 미국의 조국에서 머무르고 절대 중국으로 돌아오지 말라"면서 그의 후속작인 '이터널스'(Eternals)를 단호히 보이콧한다고 말했다.

웨이보에서는 이와 함께 노매드랜드와 연관된 해시태그를 일시적으로 제거하는 등 검열이 빠르게 이뤄졌다. 중국의 영화 리뷰 플랫폼 또우반에서도 노매드랜드의 홍보 포스터를 모두 없앴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장은 지난 3월8일 "(중국 사람들의) 그런 분노와 태도는 정상적인 것"이라며 "뿌린대로 거두는 것이고 지금 일어나는 일은 그녀가 감당해야할 비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7일 중국 언론에 '아카데미 시상식을 실시간으로 방송하지 말고 축소 보도하라'고 지시했는데 여기에는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가 한 이유라는 게 중론이다. 홍콩 시위를 다룬 노르웨이 다큐멘터리 '두 낫 스플릿'(Do Not Split)이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도 중국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이에 따라 한편에서는 앞으로 자오 감독을 앞세워 중국 시장을 겨냥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간 비정부기구인 미국-아시아 연구소(USAI) 이사이자 미국 영화 제작자인 크리스 펜튼은 "자오 감독의 엄청난 영화 제작 능력을 고려하면 매우 안타깝지만 스튜디오에서 그녀를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고려하려면 중국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오 감독을 겨냥한 부정적 발언 및 비판에도 불구하고 티베트, 신장, 홍콩, 대만과 같은 중국의 정치적 문제와 연관이 없는 영화 노매드랜드는 여전히 중국에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노매드랜드가 철수됐다는 소식을 듣는 것보다 더 슬픈 일은 없다"며 "(정부에서) 예술과 문화 부문을 정치화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그녀는 주제 넘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자오 감독은 해당 논란에 대해 현재까지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은 상태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