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감독 아카데미 작품·감독상 받아도 싸늘한 中..왜?

중국계 감독 클로이 자오,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 영예
과거 중국 비판 발언·미국 사회 그린 영화에 중국 '외면'

25일(현지시간) 열린 2021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매드랜드'로 감독상을 받은 클로이 자오. © 로이터=뉴스1 © News1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윤다혜 기자 = 중국계 감독 클로이 자오가 연출한 '노매드랜드'가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고 영예인 작품상과 감독상까지 수상했지만 이 기쁜 소식에도 중국은 이상하리만치 잠잠하다.

◇ 중국인 감독 수상에도 중국 '조용' : 26일 오후 1시20분 기준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클로이 자오', '노매드랜드' 등 관련 단어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물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조차 연관 게시글을 찾아볼 수 없다.

웨이보에서 #노매드랜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은 이미 3100만회 가량 검색됐다. 그러나 이를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글은 해당 해시테그를 이용한 홍보글이었다.

또 미국 주재 홍콩 총영사관의 공식 웨이보 계정이 자오 감독의 작품상·감독상 수상 기사를 공유하며 "축하한다"는 글을 썼지만 웨이보 측에 의해 삭제됐다.

이렇듯 자오 감독의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에 대한 중국 내 반응은 차갑다 못해 싸늘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그간 정부를 비롯한 중국 출신의 성과를 자랑하기 바빴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 자오 감독 외면하는 이유는 ? :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자오가 과거 서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비난하는 발언을 한 것과 그가 중국 출신 감독이지만 영화는 철저히 미국인 신분으로 다룬 미국 스토리의 미국 영화라는 점이다.

즉 그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던 장이모, 첸 카이커 등 중국 출신 감독들은 주로 중국을 배경으로 영화를 이끌어가 주목을 받았지만, 자오는 중국 이야기로 중국 영화를 만들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감독이 아니란 것이다.

실제 대만 출신 유명 감독 리안이 <쿵후선생>, <음식남녀>, <와호장룡> 등 중국 문화를 영화의 주 소재로 택한 것과 달리, 자오의 영화는 모두 미국 서부에서 벌어지는 거주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아카데미 감독상·작품상을 받은 '노매드랜드' 역시 과거 자오의 작품처럼 미국 사회를 조명하고 있다. 노매드랜드는 한 기업도시가 경제적으로 붕괴한 후 이곳에 살던 여성 '펀'의 삶을 다룬 영화로, 현대 미국 사회의 그늘을 잘 보여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러나 국제 영화게에서 인정받는 자오가 '중국 출신'이라는 점은 중국 정부에게 큰 자랑거리였다. 이에 중국 정부는 당초 노매드랜드의 성공을 치켜세웠지만 자오가 2013년 미국 영화잡지 '필름 메이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사방에 거짓말이 있는 곳"이라고 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며 중국 누리꾼들의 비판을 샀다.

이후 중국은 서방 인터뷰와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중국을 까내린 자오를 비난하며 그와 관련한 소식은 비중있게 전하지도 않았다.

자오의 수상 소식에도 중국이 조용한 이유는 또 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 홍콩 시위를 다룬 노르웨이 다큐멘터리 '두 낫 스플릿'(Do Not Split)이 단편 다큐멘터리 부분 5개 후보 중 하나에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가 시상식 생방송 불가 방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공산당 선전부는 중국 언론에 다음 달로 예정된 아카데미 시상식을 실시간으로 방송하지 말고 시상식을 축소 보도하라고 지시했다. 실제 중국 주요 매체인 인민일보, 환구시보 등은 아카데미 시상식 관련 보도를 일체 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해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이후 압도적인 수상 기록을 써온 '노매드랜드'의 자오 감독은 25일(현지시간)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또 '노매드랜드'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 '미나리', '프라미싱 영 우먼', '더 파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맹크', '사운드 오브 메탈' 등을 제치고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dahye1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