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흡연 살인자에 "형사책임 물 수 없다"..프랑스 법원 판결 논란
[경향신문]
프랑스 최고법원이 대마초 흡연 직후 심신미약 상태로 살인을 저지른 남성에 대한 기소를 기각한 재판부 결정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여 논란이 되고 있다.
프랑스24 등 현지언론은 2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이같은 판결에 대해 항의하는 시민 수천명이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집회를 조직한 프랭크 타피로는 “대마초를 피우기로 한 것은 그의 결정이었다. 판결이 어떻든 재판은 이뤄져야 한다”고 프랑스 BFM TV에 말했다.
사건은 2017년 4월4일에 일어났다. 파리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던 코밀리 트라오레는 대마초를 다량 흡연한 뒤 새벽 4시에 같은 아파트에 살던 이웃 여성 루시 애탈의 집에 침입했다. 트라오레는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Allahu Akbar)고 외치며 이슬람 경전 쿠란의 구절들을 낭송한 뒤 피해자를 구타했다. 트라오레에 의해 창문 밖으로 밀쳐진 애탈은 65세의 나이로 목숨을 잃었다.
범인은 수사 당국에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했지만, 대마초 흡입 뒤 정신이 미약해진 상태에서 일어난 사고라고 진술했다.
프랑스 최고 재판부인 파기원은 지난 14일 “해당 사건은 반유대주의에서 비롯된 범죄임을 인정하나, 범행 당시 분별력이나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이거나 정신 장애를 앓고 있던 사람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하급 법원인 파리 항소법원의 결정을 최종 확정했다. 파리 항소법원은 지난해 12월 같은 이유로 트라오레에 대한 기소를 기각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스스로 마약을 복용했더라도 심신미약 상태면 형사처벌이 면제되는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고법원 판결 직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마약 복용상태에서 저지른 범죄에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며 법안 개정을 촉구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에리크 뒤퐁모레티 법무장관은 25일 자신의 트위터에 “자발적 약물 복용 뒤 저지른 범행에 대해 처벌을 할 수 있는 법안을 다음달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대인 사회도 프랑스 내 반 유대주의를 언급하며 이번 재판 결과에 반발하고 있다. AFP통신은 유대인 단체들이 유럽인권재판소에 이 사건을 회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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