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온라인 패거리에 휘둘리는 한국정치

기자 2021. 4. 2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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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거의 모든 나라가 정치·경제·사회적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는, 인터넷과 온라인 공간이 이런 갈등은 더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야 모두가 극렬 온라인 지지자들에게 끌려가고 있는 것은 그것이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이기 때문이다.

마치 지역 할거주의를 기반으로 한 견고한 양당 구조로 오랜 기간 정치적 기득권을 지켜 온 한국 정치의 병폐가 온라인으로 전이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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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최근 거의 모든 나라가 정치·경제·사회적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발생한 빈부 격차로 사회가 급속히 양극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하는 이른바 신냉전 체제로 개편되면서 자국 중심주의로 인한 국가 간 갈등이 심해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그러다 보니 주요국의 지도자들 역시 강한 캐릭터를 지닌 인물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나 아베 신조도 그랬고, 블라디미르 푸틴이나 시진핑 모두 자국 이익을 앞세워 타협보다는 힘의 우위를 중시하고 있다.

이런 세계적 추세를 고려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갈등 상황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도 보지 못한 정부·여당의 독선적 밀어붙이기가 일상화하고 있다. 180석 가까운 의석으로 법안을 무더기 통과시키는 행태는 과거 날치기 입법이 되레 낭만적이었다는 생각마저 하게 한다. 더 나아가 반대하는 야당과 정권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모두 ‘적폐’로 낙인찍어 공격한다. 야당 또한 합리적 비판이나 반대가 아니라 정권 타도라는 지상 목표에 올인한다.

그러니 교과서에 나오는 합의를 도출하는 거룩한 정치가 들어설 자리가 있을 리 없다. 마치 같은 하늘 아래서 살지 못할 분위기다. 물론 이 같은 극단적 갈등은 한국 정치와 정치문화의 후진성에서 기인한다. 문제는, 인터넷과 온라인 공간이 이런 갈등은 더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4·7 선거 이후 나타난 여야의 모습은 이를 잘 보여준다. 선거 참패 이후 반성하겠다던 여당 내 목소리는 ‘온라인 지지자’들의 득달같은 비난과 욕설에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리고 다시 강성 인물들이 당권을 장악하고 더 강하게 개혁을 밀어붙이겠다고 벼른다. 야당은 선거 승리에 취했는지 탄핵 무효 같은 주장들이 다시 나온다.

이처럼 여·야 모두가 극렬 온라인 지지자들에게 끌려가고 있는 것은 그것이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이기 때문이다. 마치 지역 할거주의를 기반으로 한 견고한 양당 구조로 오랜 기간 정치적 기득권을 지켜 온 한국 정치의 병폐가 온라인으로 전이된 것 같다. 온라인 공간은 기대했던 것과 달리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이성적으로 합의를 끌어내는 숙의의 공간이 될 수 없음이 분명해졌다.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확신을 굳히고 집단의식을 공고히 하는 동종(同種)교배의 장일 뿐이다. 또한, 적대 집단과 가장 대척점에 있는 의견이 집단을 주도하는 ‘집단극화현상(group polarization)’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그러니 선거에서 완패했는데도 일반 국민의 생각과는 거리가 먼 ‘더 큰 목소리로 조국 수호를 외치고, 문재인 보유국을 자랑하는 일’이 거침없이 벌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여야 모두 정치적 자산인 이 같은 집단병리 현상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극렬 온라인 지지자들의 문자폭탄과 댓글 공격을 ‘양념’이라 하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언론을 ‘가짜 뉴스’로 규정짓는 대통령 인식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모든 정치 과정과 정치 행위를 온라인 패거리 의식이 지배하는 모습이다. 2500년 전 플라톤이 경고했던 ‘중우정치’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첨단 디지털 기술로 악성 진화된 형태로 재현되는 것이다. 어느 책 제목처럼 민주주의가 이렇게 몰락하고 있다는 생각이 무겁게 엄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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