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공수처장의 곡학(曲學)

기자 2021. 4. 2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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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사 정원을 제대로 채우지 못한 데다, 특수통 검사 출신조차 끌어들이지 못하면서 세간에서는 수사 기능이나 제대로 발휘하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 같은 지적이 나오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거론하며 자신 있게 반박했다.

"(검사 13명이) 무학(無學)에 가까운 갈릴리 어부들보다는 훨씬 양호하지 않겠느냐"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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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사 정원을 제대로 채우지 못한 데다, 특수통 검사 출신조차 끌어들이지 못하면서 세간에서는 수사 기능이나 제대로 발휘하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 같은 지적이 나오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거론하며 자신 있게 반박했다. “그림을 보면 13명의 사람이 있다. 그 13명이 세상을 바꿨다. 저는 13명이면 충분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뭐 그럴 수도…, 하지만 필자의 시선을 더 끈 것은 김 처장의 다음 발언이었다. “(검사 13명이) 무학(無學)에 가까운 갈릴리 어부들보다는 훨씬 양호하지 않겠느냐”는 대목이었다.

고작 어부들이 무슨 배움이 있었겠느냐는 판단이겠으나 크게 오해하고 있는 듯하다. 예수의 제자 안드레와 빌립은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 그리스인들과 헬라어로 대화(요한 12장)할 정도로 고급문화에 익숙한 편이었다. 어부인 시몬 베드로는 동생 안드레와 이웃집 형제인 야곱, 요한과 함께 두 척의 배를 굴리며 물고기를 잡던 선주 겸 어부(누가 5장)였다. 예수가 야곱과 요한을 불렀을 때 그들은 집안의 ‘품꾼’들과 함께 그물을 깁고 있었다(마가 1장). 더욱 놀라운 사실은 당시 갈릴리인들의 기본적인 식사가 빵과 생선이었고, 특히 훈제 생선 한 수레의 가격은 ‘양 100마리와 맞먹는다’고 그리스 역사가 플루타르크는 기록했을 정도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예수의 제자들도 최소한 당시의 중산층 가정 출신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세계사에서 혁명 역사를 읽다 보면 주체 세력의 거의 대부분이 중산층 출신들로 묘사된다. 혁명가 예수의 제자들 역시 중산층들이 가질 만한 사회의식에 충만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바탕이 있었기에 이들은 예수와의 만남을 통해 ‘물고기를 낚는 어부’에서 ‘사람을 낚는 어부’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럼, 공수처의 13명 검사는 타인을 함부로 무학이라고 깔보는 김진욱 처장과의 만남을 통해 어떤 어부로 성장할 수 있을까? 13명 검사 가운데 과연 누가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이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라는 어부 베드로의 문장력을 구사할 수 있을까. 집단지성은커녕 곡학(曲學)이나 일삼는 사람들이 할 말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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