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회 아카데미] 美배우도 들었다 놨다..'오스카' 거머쥔 윤여정의 위트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가운데 시상식 무대에서도 남다른 위트로 미국 영화인들을 사로잡았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온 스테이션과 돌비 극장에서 개최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에서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은 '보랏 속편'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즈,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먼,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제치고 여우조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날 시상은 '미나리'의 제작자이기도 한 브래드 피트가 맡았다. 브래드 피트는 미소를 지으며 윤여정의 이름을 호명했고, 윤여정은 배우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무대 위에 올랐다.

첫마디는 시상자인 브래드 피트에 대한 언급이었다. 윤여정은 "브래드 피트 선생님,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저희가 영화 찍을 때 어디에 계셨나요?"라는 유머를 던졌다. 객석에 있던 배우들은 일동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미국인의 눈엔 '한국에서 온 낯선 배우'인 자신을 소개했다. 윤여정은 "저는 한국에서 왔다. 제 이름은 윤여정이다. 유럽 분들은 제 이름을 '여여'라고 부르거나 '정'이라고 부르는데, 모두 용서해드리겠다"고 말해 또 한 번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윤여정은 TV에서 본 아카데미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고 수상까지 한 일에 대해 "믿을 수가 없다"는 솔직한 말로 얼떨떨한 심경을 표현했다.

기쁨과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힌 윤여정은 자신에게 투표를 해준 아카데미 회원들과 영화를 함께 만든 '미나리'팀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윤여정은 "'미나리' 팀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스티븐 연, 정이삭 감독, 한예리, 앨런, 노엘, 우리 모두 영화를 찍으면서 가족이 됐다. 무엇보다도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저는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 우리의 선장이자 또 저의 감독님이었다"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

또한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오스카 레이스에서 '아름다운 경쟁'을 펼친 배우들에 대한 헌사도 남겼다.

윤여정은 "나는 경쟁을 믿지는 않는다.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와 같은 대배우와 경쟁하겠나. 다섯 후보 모두 다 다른 역할을 영화에서 해냈다. 우리 사회에서 경쟁이란 없다. 그냥 운이 좀 더 좋아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같다"고 겸손의 미덕을 보여줬다.

또한 "두 아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두 아들이 저한테 늘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한다. 그래서 감사하다.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는다"고 말해 동료 배우들을 미소 짓게 했다.

영화 '화녀'로 영화계에 발을 디딘 윤여정은 故(고) 김기영 감독에 대한 헌사도 잊지 않았다. 윤여정은 "김기영 감독님에게도 감사하다. 저의 첫 감독이셨다. 살아 계셨다면 저의 수상을 기뻐하셨을 거다.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로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다.

짧지 않은 수상 소감이었다. 그러나 윤여정의 말에는 자기소개와 연기 철학, 동료에 대한 고마움, 은사에 대한 찬사까지 담겨있었다. 무엇보다 국적과 언어가 다른 미국인들도 사로잡을 만큼 '진심'과 '위트'가 가득했다.

윤여정의 아카데미 연기상 수상은 한국 배우로는 최초의 일이며, 아시안 배우로는 1957년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여우조연상)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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