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1주택자의 아우성은 듣지 않는 나라

연지연 기자 2021. 4. 26. 10: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우선 이 말부터 하고 싶다.

1주택자라도 실거주 기간과 보유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하면 양도소득세로 내야 하는 금액이 큰 데다 매수하려는 집의 대출가능액이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고가주택을 가진 사람들만 낸다는 종합부동산세를 내게 된 1주택자들이 늘었다.

잘못 설계된 부동산 정책을 다시 손질할 생각이라면 무주택자가 언제든 1주택자가 될 수 있도록, 1주택자가 생애주기에 따라 자유롭게 집을 이동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선 이 말부터 하고 싶다. 지난 4~5년간 펼쳐진 집값 급등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무주택자다. 집값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정부 말만 믿었던 이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게 됐다. 이들은 영영 집을 사지 못할 거라는 조바심에, 홀로 ‘벼락거지’가 됐다는 불안감에, 여기서 파생되는 분노와 무기력감을 온몸으로 감내하고 있다. 이들이 집값 급등기에 최대 피해자란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정부나 여당이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부동산 대책에 늘 무주택자들을 달래기 위한 정책이 포함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청약제도를 개편하고 이들을 위한 대출 상품을 내놓는 식으로 이들을 달래고 있다. 물론 이 정도로는 무주택자의 성난 마음을 다독이기엔 부족하지만, 그래도 이들을 위한 대책 논의는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희망은 있다. 앞으로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정책마다 소외되는 이들이 있다. 바로 1주택자들이다. 이들은 정부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다주택자도 아닌데, 투기꾼을 때려 잡기 위한 각종 규제에 상당 부분 함께 옭아매져 있다. 세금에 걸리고 대출 규제에 막힌다.

가장 큰 문제는 생애주기에 따른 이동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은 상황에서 집 한 칸을 넓혀가기가 어려워졌다. 대출이 예전처럼 나오지 않아 자금을 융통할 길이 막혀버린 데다, 내야 하는 세금은 이전과 견주지 못할 정도로 높아졌다.

지금 규제대로라면 서울 시내 20평형대 집을 팔아 30평형대 집으로 갈아타는 것이 정말 쉽지가 않다. 어떤 경우엔 20평대 집을 팔고 같은 집을 사는 것도 어렵다. 1주택자라도 실거주 기간과 보유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하면 양도소득세로 내야 하는 금액이 큰 데다 매수하려는 집의 대출가능액이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세금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집값이 올랐다고 해서 집 한 채를 팔아 내 손에 쥘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소득에서 나가는 세금 비율이 높아졌다. 당장 고가주택을 가진 사람들만 낸다는 종합부동산세를 내게 된 1주택자들이 늘었다. 종부세를 내는 1주택자 비율은 2016년 25.1%에서 작년에는 43.6%까지 올랐다. 이대로라면 종부세 납입자 중 다주택자보다 1주택자가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서울과 부산에서 치러진 4·7 보궐선거에서 참패를 겪은 뒤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정책 변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1주택자를 어디까지 배려해줘야 하는 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많은 모양이다. 1주택자의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기준을 완화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초고가 1주택 소유자를 언급하며 예외는 없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내려질 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책 방향을 잡으면서 1주택자가 이번 정권이 낙인 찍은 ‘적폐’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주택자가 적폐라는 정부 기조에 동조할 생각은 없지만, 백번 양보해 이를 인정하더라도 1주택자는 적폐가 아니다. 1주택자는 그간 정부가 주택 공급정책 실책한 여파로 더 넓은 집, 더 나은 집으로 옮겨갈 꿈을 거세 당한 사람이다. 살고 있는 집을 팔 수도 없어 당장 자산가가 된 것도 아닌데 세금 부담만 늘어난 사람이다.

잘못 설계된 부동산 정책을 다시 손질할 생각이라면 무주택자가 언제든 1주택자가 될 수 있도록, 1주택자가 생애주기에 따라 자유롭게 집을 이동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지난 4~5년간 1주택자가 잘못한 건 없다. 정부의 실책만 있을 뿐이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