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가난'만 남은 시대

이종태 편집국장 2021. 4. 2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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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3일, 인천시의 한 모텔에서 생후 2개월 된 영아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 끈끈한 연대감이 존재했고, 노동이나 투쟁을 통해 가난을 극복하려는 꿈이 있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타인은 물론 자신으로부터도 혐오당합니다.

그러나 단지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복지시스템을 강화하며 '계급의 적'을 타도한다고 해서, '가난'으로 불리는 어떤 '고통스러운 상태'가 해결될 것 같진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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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화면

4월13일, 인천시의 한 모텔에서 생후 2개월 된 영아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곧이어 젊은 아버지가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되었습니다. 그와 아내는 아이들(2세 아이가 한 명 더 있습니다)을 데리고 모텔을 옮겨 다니며 생활해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사건을 처음 뉴스로 접했을 때 분개하면서도 뭔가 기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유아를 데리고 모텔을 전전하는 부부? 그러나 최근 일어나고 있는 영유아 학대 사건들 중 하나로 일반화하고 넘어가 버렸습니다. 기자가 이래서는 안 됩니다. 앞뒤가 안 맞는다고 느낄 때 취재에 돌입할 수 있어야 좋은 기자입니다.

다행스럽게도 한참 후배인 나경희 기자는 저와 달랐습니다. 모텔 주인 등 사건 관계자들을 일일이 찾아갔습니다. 추적의 결과를 담담하고 건조한 문체로 기사화했습니다. 쥐어짜도 물 한 방울 떨어지지 않을 기사입니다. 그러나 저는 기사를 읽어나가다가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맥이 풀렸습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되실 겁니다. 어린 아버지는 분명히 ‘아동학대 중상해’라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그에게 화를 낼 자격을 가졌는지 스스로 곱씹게 되었습니다. 이 기사엔 딱히 ‘나쁜 사람’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모텔 주인들과 구청 공무원, 경찰 등이 부부와 아이들에게 선행을 베풀었거나 자신의 공무를 성실하게 수행했습니다. 거의 모든 사건 관계자들이 ‘나쁜 사람’이 아닌데도, 이토록 끔찍한 일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 자체에 저는 공포감을 느꼈습니다.

혹시 가난 때문이었을까요? 마침 변진경 기자가 오랜 시간 ‘가난’을 곁에서 바라보고 고민해온 김중미 작가를 인터뷰했습니다. 김 작가는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가난의 역사’를 탐구합니다. 저의 해석을 곁들이면, 경제개발기의 가난엔 일종의 ‘자긍심’이 있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 끈끈한 연대감이 존재했고, 노동이나 투쟁을 통해 가난을 극복하려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모두의 가난은 사라지고 각개전투 모래알 같은 각자의 가난만 남은” 시대라고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타인은 물론 자신으로부터도 혐오당합니다. 과거와 지금의 가난 중 어느 쪽이 나은 상태인지 저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단지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복지시스템을 강화하며 ‘계급의 적’을 타도한다고 해서, ‘가난’으로 불리는 어떤 ‘고통스러운 상태’가 해결될 것 같진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취재하며 대안을 찾아나갈 새로운 동료들을 열심히 찾아보려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2021년 〈시사IN〉 신입·경력 기자 공개채용’ 공고를 이번 호 6~7쪽이나 각종 소셜미디어 또는 〈시사IN〉 홈페이지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이종태 편집국장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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