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베팅 실패해서 울고 있다면.. '아트 경지'의 베팅을 감상해 보자 [왓칭]

최원우 기자 2021. 4. 26.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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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한방 욕망 제대로 자극하는
한일 명품 도박 영화 비교
'타짜' vs '카이지'
영화 '타짜' 중에 나오는 숨막히는 도박판 /타짜

“S기업 A씨는 2억원으로 코인 투자해 650억원 벌고 퇴사했다더라.” “H기업 누구는 코인에 1000만원 넣어둔 게 10억이 돼서 강남에 아파트 샀다더라.”

이런 찌라시가 매일 단톡방에 올라왔다. 나만 빼고 전부 코인으로 떼돈 버는 것 같았다. 배는 아팠지만, 그렇다고 바로 뛰어들 용기는 없었다. 두어달은 코인 시세창만 들여다 봤지만, 비트코인은 거침없이 1억원을 향해 순항하는 모습이었다. 월급만으론 ‘벼락거지’ 신세를 피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할 것 같았다. ‘더 늦기 전에’라는 생각으로 뛰어든 코인판. 그런데 하필 끝물이었다니. 왜 내가 사면 기다렸다는 듯 폭락한단 말인가.

머리로는 의심했을 것이다. 코인도 일종의 도박과 같다는 것을. 하지만 ‘큰 거 한 방’ 없이는 자기만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을 끝내 이기지 못했으리라. 주말 동안 지옥같은 ‘떡락장’을 경험하면서도, 여전히 ‘한방 역전’ 희망의 끈을 붙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시기만 버텨내면 비트코인이 다시 힘을 내서 1억원까지 올라가 줄 거라고 믿고 싶을 테니까.

이 욕망의 끝에 도박판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는 한방 승부로 일확천금하는 스토리가 심심찮게 나온다. 그런 부류의 영화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영화가 바로 최동훈 감독의 ‘타짜’다. 허영만 작가의 만화 ‘타짜’를 원작으로 했는데, 감히 영화도 원작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 도박 만화에 ‘타짜'가 있다면, 일본에는 ‘카이지'가 있다. 심리 묘사가 일품인 이 만화도 영화로 리메이크됐다. 한일의 대표 도박 만화를 리메이크한 두 작품을 소개한다.

도박판을 '아트의 경지'로 끌어올린 영화 '타짜'의 한 장면이다. /네이버 영화

◇빈틈없이 전개되는 스토리...’한방 신화'에 일침?

타짜는 꽃으로 하는 싸움, ‘화투(花鬪)’판에서 벌이는 도박꾼들의 승부를 그린다. 주인공인 고니(조승우 역)가 멋 모르고 낀 도박판에서 3년 동안 공장에서 일해 모은 전 재산을 날리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도박판에 끼면서 고니가 날린 대사가 인상적이다. “대학 졸업해서 돈 벌던 시대는 갔어요.” 좋은 직장 들어가도 월급 벌어서는 서울에 집 한 채 못 사는 요즘 시대에도 통용되는 말이 아닐까.

어쨌든 고니는 한방에 본전 되찾으려다 누나가 이혼 위자료로 받아온 목돈까지 깡그리 날리고 만다. 뒤늦게 사기 도박이란 걸 깨닫고는 복수를 위해 전국 도박판을 기웃거리면서 서서히 도박판에 빠져든다. 그 과정에서 스승을 만나고, 친구를 만나고,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고, 적도 만난다. 도박판에서 겪는 우여곡절과 희로애락을 탄탄한 스토리, 쫀쫀한 영상미와 적절한 배경음으로 채운다.

영화 '타짜' 포스터 /네이버 영화

영화에서 그려지는 도박판은 살벌하다. 온갖 사기가 난무한다. 약도 타고, 카메라도 동원한다. 순진하게 운빨 하나 믿고 뛰어들었다간 탈탈 털릴 수밖에 없다. 운 좋게 크게 한 번 이기더라도, 온전히 돈을 들고 돌아가게 두는 경우도 잘 없다. 그야말로 목숨 걸고 승부해야 하는 것이다. ‘쫄리면 뒈져야' 되는 게 도박판이다.

하지만 보상은 달콤하고, 화려하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돈을 벌고 싶니? 부자가 되고 싶니?” 도박판에서 만난 정마담(김혜수 역)이 고니를 본격 도박판으로 꼬실 때도 한마디 툭 던진다. “나랑 일하면 BMW 탄다.” 영화는 피할 수 없는 승부가 펼쳐지게 되는 서사를 세련되고, 우아하게 보여준다. 고니의 스승 평경장(백윤식 역)의 표현을 빌리자면 ‘거의 아트의 경지’로 끌어올렸달까. 영화가 끝날 때까지 몰입을 방해하는 거슬리는 장면이 거의 없다. 덕분에 우리는 한없이 빠져들고, 매료된다.

◇고니, 정마담, 아귀부터 아이언 드래곤까지...개성만점 캐릭터들

존재감 넘치는 타짜의 등장인물들. 왼쪽부터 고니(조승우 역), 정마담(김혜수 역), 아귀(김윤석 역)

영화에 몰입하게 되는 또 하나 이유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다. 조승우는 주인공 고니 그 자체다. 타짜는 도박을 업으로 삼는 승부사다. 단순히 기술만으론 최상급 타짜가 될 수 없다. 상대의 수읽기를 간파하는 심리전에 능해야 하고 승부를 단행할 때는 대담함과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조승우의 연기력은 그 모든 것을 표현해 낸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 자칫 오그라들 수 있는 이 독백마저 희대의 명대사로 살려낸다.

다른 배우들도 빛난다. 영화에서 최종보스 격인 아귀역을 맡은 김윤석 또한 포스가 남다르다. 마지막 승부처에서 고니를 압박하며 “아야 슬슬 오함마 준비해야 쓰겄다”고 읊는 대사는 살벌함 그 자체다. “나 이대 나온 여자야”로 통하는 김혜수도 남자들의 승부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연기파 배우 유해진이 연기한 고광렬, 고니의 스승 백윤식, 심지어 도박판 호구로 나온 권태원까지 맛깔스런 연기를 선보인다.

너무나도 유명해진 아이언 드래곤의 "묻고 더블로 가!" /나무위키

특히 “묻고 더블로 가”라는 명대사를 탄생시킨 곽철용(김응수 역)은 영화가 개봉한 지 10년이 지나 재조명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철용을 영어로 한 ‘아이언 드래곤’이라고 불리며 온라인에서 수많은 패러디를 탄생시켰다. 올림픽대로가 막힌다는 운전기사에게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이 새끼야”라고 외치고, 돈을 따간 상대에게는 “어이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라고 일침 하는 그에게, 1020세대는 “재밌다”면서 열광했다.

아마 이 영화의 유일한 단점은, 도박판을 너무나 아름답게 그렸다는 점일 거다.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나면 ‘큰 승부’에 한번 도전하고 싶다는 잘못된 객기가 끓어오를지도 모른다. “인생 관 뚜껑에 못 박히는 소리는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고니의 말처럼 말이다. 멋도 모르고 산 주식이 폭락할 때 “묻고 더블로 가”를 외치며 물을 타선 안 된다. 코인 리딩방 ‘이과장’이 추천하는 처음 들어보는 코인에 ‘아수라 발발타’를 외치면서 풀 베팅을 해서도 안 된다. 그런 약간의 리스크만 조심한다면, 이 영화를 본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대가 없는 승부는 없다…목숨을 건 도박 ‘카이지’

주인공 카이지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 놓인 평형대를 건너가야 빚을 탕감해 주겠다는 승부 제안에 임한다. 떨어지면 죽는다. 그야 말로 목숨을 건 승부인 셈이다. /영화 카이지

2009년 개봉한 ‘카이지’는 일본에서 2주 연속 흥행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국내에선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일본 영화에 대한 거부감 탓일 수도 있지만, 작품 자체는 꽤나 볼만하다. 주인공 이토 카이지는 취직도 안 하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방탕하게 살아가는 26세 청년이다.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카이지는 친구에게 보증을 잘못 섰다가 한순간에 빚쟁이 신세가 된다. 독촉하는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던 카이지는, 잘만 하면 빚도 갚고 큰돈을 벌 수 있는 도박판에 참여하라는 꼬드김에 넘어간다. 그때부터 말 그대로 목숨을 건 승부들이 이어진다. 판돈으로 걸어야 할 돈이 없다 보니, 목숨을 대신 걸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승부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관전 포인트가 종합 선물세트처럼 펼쳐진다. 고도의 심리전, 믿었던 동료의 배신, 좌절, 천운, 그리고 재기의 기회까지. 특히 영화는 그 어떤 도박판에서도 대가 없는 보상은 없다는 점이다. 승부에선 항상 무언가를 걸어야 하고, 졌을 때 치러야 할 대가는 참혹하다. 혹시 쉽게 돈 벌고 싶은 마음에 코인판에 뛰어들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먼저 보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추신. 타짜 1편이 워낙 크게 흥행하다 보니 속편이 3편까지 나왔다. 하지만 굳이 추천하진 않는다. 1편 수준을 기대하고 봤다간 크게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카이지는 영화를 보고나서 원작 만화를 반드시 찾아보라.

<타짜>

개요 범죄 영화 l 한국 l 139분

등급 18세 이상 관람가

특징 도박 승부의 세계란 이런 것

평점 IMDb 7.2/10 로튼토마토 팝콘지수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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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지>

개요 범죄 영화 l 일본 l 130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처절한 도박판에서 엿보는 개미의 운명

평점 IMDb 6.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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