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반도체 강국, '속빈강정' 안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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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ASML 등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와의 관계에 있어 오히려 '갑'으로 군림합니다."
반도체 장비기업 세메스에서 엔지니어로 활동했던 안영기 대림대 스마트팩토리학부 교수는 "ASML을 비롯해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 해외 반도체 장비기업들은 매출액과 R&D(연구·개발) 투자액 등에 있어 영세한 한국 업체들보다 월등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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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삼성전자 36조·SK하이닉스 10조 등 투자 나서
하지만 정작 투자 80% 해외 장비기업들에 돌아가
장비 국산화 비율 높이지 않으면 '속빈강정' 될 터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네덜란드 ASML 등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와의 관계에 있어 오히려 ‘갑’으로 군림합니다.”
반도체 장비기업 세메스에서 엔지니어로 활동했던 안영기 대림대 스마트팩토리학부 교수는 “ASML을 비롯해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 해외 반도체 장비기업들은 매출액과 R&D(연구·개발) 투자액 등에 있어 영세한 한국 업체들보다 월등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최근 ‘슈퍼사이클’(초호황)을 맞아 국내외 반도체 업체들 사이에서 분주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국내외 유수 반도체 업체들이 일제히 공장을 풀가동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글로벌 수급난이 벌어지면서 국내외 자동차 공장 가동이 일부 중단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부족한 반도체 물량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외 반도체 업체들의 공장 증설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와 함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반도체 부문에 올해 36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뿐 아니라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도 올해 역대 최대인 3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국내외 반도체 업체들이 공장 증설 투자에 나서면서 후방산업에 속한 장비업체들 사이에서도 수혜 기대감이 높아진다. 통상 반도체 투자액은 공장 건설과 함께 장비를 도입하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장비시장은 719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689억달러와 비교해 4.5%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내년에도 관련 시장은 761억달러로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투자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ASML, 도쿄일렉트론 등 해외 업체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가 20%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이뤄진 반도체 장비 투자액 총 157억달러 중 80%에 해당하는 126억달러가 해외로 나갔다.
우리나라에서 본딩장비와 몰딩장비 등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후공정 장비는 어느 정도 국산화가 이뤄졌다. 하지만 대당 3000억원을 호가하는 노광장비(리소그래피)를 비롯해 식각장비(에처), 측정장비 등 전공정 핵심 장비 상당수는 여전히 미국과 유럽, 일본 등지에서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이는 ‘반도체 강국’ 한국이 자칫 ‘속 빈 강정’으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반도체 장비 국산화 비율을 높이는 작업은 영원히 요원할 수밖에 없다.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해외 경쟁사와 비교해 기술력이 부족하니 반도체 업체들은 외산을 선호하고, 이는 다시 한국 반도체 장비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도체 업체들은 같은 장비라면 국산을 더 채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장비업체들과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공동 R&D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여러 반도체 장비기업들에 ‘쪼개기’ 방식으로 R&D 자금을 지원할 게 아니라, 해외 업체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업체를 엄선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강경래 (but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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