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1%대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 등 공격적 개편안 국회로

김청환 2021. 4. 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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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적립금 255조원 넘어섰지만
저금리에 수익률 더 하락 우려
여권발 개정안 내달 국회 논의
여, 노사 합의로 투자 옵션 도입
야, 원리금 보장 옵션 넣어야
노동계 "정보 제대로 공유 관건"
게티이미지뱅크

수익률 1%대인 퇴직연금 수익률이 저금리 기조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여당과 정부는 총 적립금 255조 원 규모인 퇴직연금을 좀 더 공격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개편안을 들고나왔다. 현실화될지 관심을 모은다.

25일 당정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에 계류 중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다음 달 정기 국회에서 본격 논의에 들어간다. 핵심은 최근 5년간 퇴직연금의 연 환산 수익률이 1.85%로 국민연금(5.4%)에 비해 너무 낮고, 그렇기에 수익률을 끌어올려야만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제출된 개정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고용노동부와 사전협의를 거쳐 지난 1월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된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개정안, 지난달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다.

퇴직연금은 기본적으로 운용 수익률에 따라 연금액수가 달라지는 확정기여형(DC)과 운용 수익률이 얼마이든 연금액은 고정된 확정급여형(DB), 두 가지 형태가 있다. DC의 운용방법은 근로자가, DB는 사업주가 선택한다.

여권안의 핵심은 공격성 강화와 그로 인한 수익률 제고다. 구체적으로 △DC 중 노사가 합의한 운용방법으로 투자토록 하는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 △DB에서 자산운용기관에 자금 운용을 아예 맡기는 ‘투자일임제’ 도입이다. 한마디로 최근 활황세를 보이는 주식시장 등을 바탕으로 퇴직연금 운용 수익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장성 강화는 불안정성을 높이기도 한다. 후불임금 성격이 있는 퇴직연금이 너무 공격적일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 때문인지 야당안은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되 운용 수익률과 관계 없이 원금을 보장받는 ‘원리금보장형’도 포함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경우 안정성은 보장되겠지만 저조한 수익률 때문에 퇴직연금을 개편하려 한 원래의 개정 취지와는 어울리지 않게 된다.

투자운용업계는 여권안에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다. 여권안이 통과되면 은행이나 보험사가 운용하는 퇴직연금 적립금을 끌어와 운용하면서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서다. 동시에 야권안에는 비판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DC에 ‘원리금보장형’을 넣겠다는 것은 논리적인 모순"이라며 "원리금보장형을 넣은 나라는 일본 이외 사례가 거의 없고, 일본 또한 결국 예금 상품으로 귀결돼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라고 말했다.

은행과 보험사는 야권안에 더 솔깃한 분위기다. 원리금보장형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자신들에게도 ‘투자일임제’를 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개선할 필요가 있지만,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바꾸는 건 금융 소비자 보호가 강조되는 최근 흐름과 맞지 않는다”며 “투자성향이 안전 지향인 소비자를 위해 원금보장형을 포함시키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투자 정보를 제대로 공유할 수 있느냐를 관건으로 꼽았다. 홍석환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디폴트 옵션 도입 논의에 앞서, 퇴직연금의 운용 과정에 대해 노동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지부터가 해결돼야 한다"며 "수익률은 높여야겠지만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같은 것도 고민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투자운용사가 정보 제공 의무를 충실히 지킨다면 가입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측면에서 ‘디폴트옵션’ 등 제도 개편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원리금보장형에는 "은행 상품을 이용하면 된다"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고용부는 본격적 국회 논의를 앞두고 말을 극히 아끼고 있다. 에둘러 “퇴직연금은 안정성을 위해서 수익을 잘 내야 한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안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수익률이 너무 낮아서다.

신진영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퇴직연금은 개개인에겐 노후를 보장하고, 국가적으로는 재정부담을 완화하는 기능이 있다"며 “수익률 옵션을 다양화하고, 세제 혜택도 늘려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학 경영학과 교수도 “20~30년간 장기투자를 하는 퇴직연금의 특성을 고려하면 원금 손실을 우려해 원리금보장형만 고집하는 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여권의 개편안은 (근로자나 사업주가 퇴직연금 운용에) 얼마만큼의 위험부담을 질지 선택권을 주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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