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진보는 위정척사파의 망령인가

류근일 언론인 2021. 4. 26.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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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일 칼럼] 1821년 왕조실록 기록 "전염병 구할 방도 없다", 2021년에도 역병에 무력
'586 DNA'에 남아있는 교조주의 세계관 때문.. 내년 대선에서 심판을

1800년대와 2000년대에 조선·한국은 대역병으로 한 번씩 죽을 고비를 겪은 셈이다. 1821년의 왕조실록은 이렇다. “의약 효과가 없고 구할 방도가 없다. 전염하는 게 거센 불길 같아 치료 방도가 없다.” 그러더니 200년 후 지금 와서도 ‘역병 앞 무력화’가 또다시 연출되고 있다. 그때나 이제나 왜 그렇게 무력한가? 여러 원인 가운데 중요한 것 하나를 꼽자면, 통치 세력의 위정척사파적 대외 인식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국난극복 K-뉴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1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방역당국·코로나19 집합금지 및 영업제한 자영업자 민생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조선의 위정척사 사대부들은 중국 명나라와 주자 성리학을 하늘처럼 모셨다. 서양 사람을 남만(南蠻)이라 천시했다. 서구의 발달한 상공업, 과학기술, 시장경제, 국제 교역, 산업 문명, 도시 문명, 부국강병을 기기음교(奇技淫巧)라 욕했다. 이런 것을 통틀어 금수(禽獸)들의 패도 정치라 격하했다. 그 대신 그들은 거창한 우주론적 공리공담, 자족적 농촌 사회, 쇄국주의, 사농공상 질서, 중화사상을 왕도 정치라며 떠받들었다. 결과는 나라와 백성의 쫄딱 망함, 그것이었다.

위정척사파식으로 서구 자본주의 문명을 적대하는 세계관은 그러나, 조선 왕조의 참담한 멸망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았다. 그 망령은 1980년대 중반의 발전한 자본주의 한국에서 386 NL(민족 해방) 운동권 형태로 홀연 부활했다. 그들은 산업화·근대화한 한국의 변화를 죽어도 인정하지 않고 그것을 ‘미 제국주의의 식민지 반(半)봉건 사회’라 규정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그 식민지를 해방할 민족·민중 메시아로 자처했다. 21세기에 환생한 신판 ‘위정척사+장길산’ 무리였던 셈이다. 이들이 바로 오늘의 ‘깡통 백신 국가’ 한국을 초래한 586 꼴통들이다.

이처럼 한국이 코로나 백신 최하위급으로 전락한 것은, 백신 수급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치열한 물밑 동향과 동떨어진 586 운동권의 ‘우물 안 자족(自足)’ DNA와 무관하지 않다. 그들은 코로나 발생 후 서양 제약 회사들이 다투어 백신을 사달라고 청해왔다느니, 그런데도 안전성이 불확실한 외국 백신을 서둘러 맞지 않기로 한 자신들의 결정이 썩 잘한 짓이었다느니, 정권의 백신 전략이 실패했다고 하는 건 보수 언론의 가짜 뉴스라느니 하며, K방역 교육을 위한 외교부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으로 1241억원을 책정했다. 이걸 야권처럼 ‘홍보비’로 본다면 배보다 배꼽만 너무 컸다.

K방역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맹점도 분명히 있었다. 코로나가 들어왔을 때, 집권 패거리는 그것이 중국에 갔다 온 한국인들이 퍼뜨린 것이지 중국인들이 들여온 게 아니라며 ‘시진핑 중공’을 한사코 감쌌다. 중국인 입국을 막을 뜻이 추호도 없다는 소리였다. K방역은 또 코로나균이 어찌나 영특한지, 해운대 백사장이나 전철 안 밀집 인파는 묘하게 피해가면서 유독 광화문 반정부 집회 참가자들 콧속으로만 쏙쏙 들어간다는, 일종의 ‘선택적 감염론’이자 ‘정치 방역’이란 말도 들었다.

21세기 위정척사론자들인 586 전체주의 운동권은 결국 조국, 추미애, 윤미향, 박원순, 김상조, 부동산 파탄, 종부세 폭탄, LH 투기에 이어 막판엔 ‘깡통 백신’ 신세로 나라와 국민만 황당하게 만든 게 아니라 자신들 통치의 정당성과 효율성마저 깻박치기에 이르렀다. 망할 짓만 골라 해온 꼴이다. 망할 짓을 했으면 망해야 하고 망해야 하니까 망할 것이고 망할 것이니까 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책 변화는 안 하겠고 한다. 586 성골(聖骨)들의 대선 출마설, 꼼수 개헌설도 들먹인다. 정 그럴진대 망하게 해야 한다. 끝장내야 한다. 내년 대선에서 야권 단일 후보로 저들을 엎어야 한다.

4·7 보궐선거 후 586 패거리를 합헌(合憲)적으로 타도해야 한다는 당위는 국민 보편의 여망으로 성립했다. 다만 그 민심의 61%가 “민주당이 잘못해서”였고 “국민의힘이 잘해서”는 7%에 그쳤다. 그렇다면 이 흐름에 맞춰 정권을 교체하자면 윤석열과 야권과 유권자들, 특히 2030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윤석열은 그를 써서 한탕 치려는 노회한 수(手)에 절대 휘말려선 안 된다. 국민의힘은 소위 ‘좌파 대세론’에 영합하는 패션 기회주의, 그리고 납치범에 대한 스톡홀름 증후군 따위를 씻어내야 한다. 그래야 우당(友黨) 아닌 반대당(opposition)이 될 수 있다. 2030은 ’586=진보'라는 보이스피싱에 더 속아선 안 된다. 내년 대통령 선거는 정치가 아니다. 문명 한국의 생사가 걸린 내전이다. 3류 가짜 진보 퇴출에 모두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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