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여성 징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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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때 여성 징병제를 처음 실시한 나라는 영국이었다. 하지만 전투에 투입하지는 않았다. 미국과 독일도 여성을 타자수나 전화교환수 등으로만 활용했다. 처음으로 여성을 전투에 투입한 나라는 소련이었다. 여성으로만 이뤄진 비행연대가 ‘밤의 마녀’로 불리며 독일군에 공포의 대상이 됐다. 인내심과 관찰력이 뛰어나다며 여성을 저격병으로도 대거 투입했다. 독일군 1만명이 이들 손에 저격됐다. 이런 활약에도 불구하고 소련 내에선 ‘그래도 전투와 여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후일담이 적지 않았다.
▶여성 징병제 대표국 이스라엘도 여성 전투병은 소수다. 전체 병력 35%가 여성이지만 전투병은 5% 정도다. 하지만 여성들 요구로 보직에 남녀 구별이 사라지는 추세라고 한다. 1995년에 한 여성이 전투기 조종사 훈련소에 갈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해 승소했다. 여성에게 비전투 업무만 맡기는 것은 차별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어 2004년엔 혼성 전투부대도 생겼다.
▶최근 몇 년 사이 북유럽 국가에 여성 징병제가 앞다퉈 도입됐다. 영토 대비 인구수가 적은 상황에서 러시아 등 안보 위협이 커졌기 때문이다. 2016년 여성 징병제를 도입한 노르웨이는 여성 2명에 남성 4명을 의무적으로 한 내무반에 배치한다. 남녀 병사가 등 돌린 채 옷 갈아입는 내무반 영상이 화제가 됐다. 군인들은 “우리는 전우일 뿐”이라고 했다. 몇 년 뒤 보고서는 우려했던 생활 문란은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선 남성만을 징집 대상으로 규정한 병역법이 헌법에 반한다는 위헌 소송이 10여 차례 있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인정하지 않았다. 여성 신체는 전투에 부적합하고, 여성을 복무시키면 군 시설 마련 등에 큰 비용이 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성 평등 병역이 옳다는 여성계 인사들도 많다. 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대표자다. ‘남자들의 군부심(군대 갔다 온 자부심)이 보기 싫으니 여성 징집제 도입하자’는 여성 댓글도 인터넷에 적지 않다.
▶청와대 게시판에 ‘여성도 남성과 같이 징병하라’는 청원이 올라와 20만명 넘게 동의했다. 비슷한 청원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에도 제기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재밌는 이슈”라며 웃어넘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20대 남자들의 이탈 때문이다. 정치권이 앞장선다. 한 민주당 의원은 남녀 모두 100일간 의무 군사훈련을 받게 하자고 했다. 군 가산점제 부활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정치권의 여성 징병제 논의는 ‘강하고 효율적인 국방’보다는 ‘기계적 평등’ ‘남성 표심 잡기’ 측면이 더 크다. 얄팍한 주장일 뿐이다. 북유럽 국가들이 여성 징병제를 도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성 평등이 아니라 안보 강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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