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식의 온차이나] 베이징의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전
계란, 현금 등 살포하며 접종 인원 2억명 넘겨
“코로나 19 백신 맞고 계란 두 판 받아가세요.” “60세 이상은 식용유를, 60세 미만은 무료 공원 입장표를 드립니다. 수량 한정.” 중국 각지의 코로나 접종센터 앞에서는 요즘 이런 팻말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백신 접종 캠페인에 나서면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죠.
◇ “백신 맞으면 계란 두 판 드립니다”
중국은 연초까지만 해도 백신 접종에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서방국가들과 달리 코로나 19 발생 초기부터 강도높은 통제를 통해 확산을 막아왔다고 자부해왔는데, 갑자기 국민들에게 백신 맞아야 한다고 얘기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죠. 중국산 백신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올 들어 상황이 달라졌죠. 미국과 영국, 독일, 이스라엘 등이 백신 접종을 통해 확진자수를 대폭 줄이고, 올 가을에는 집단면역 형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중국도 급해졌습니다. 전문가들도 “서방국가들은 다시 국경을 열고 인적 교류를 하는데, 우리만 계속 닫아놓고 있을 것이냐” “내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전까지 집단 면역을 형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죠.
결국 방역을 총괄하고 있는 쑨춘란 부총리가 3월22일 전국적으로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라고 지시를 합니다.
◇ 부작용 속출하는데, 연내 10억 접종 목표
중국은 올 상반기까지 전체 인구의 40%, 연말까지는 전체 인구의 70~80%가 백신을 접종하도록 한다는 일정을 잡고 있어요. 그런데, 인구의 40%는 5억6000만명, 인구의 70%는 10억명입니다. 이 많은 인구를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죠. 게다가 중국산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당국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현재 시노팜, 시노백 등 4종의 백신이 시판 허가를 받았죠. 죽은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전통 방식의 백신이 다수입니다. 아직 임상 3상 데이터를 국제 학술지 등에 공개하지 않아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어요. 화이자, 모더나 같은 mRNA 방식의 미국산 백신에 비해 효과도 떨어집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백신을 접종한 후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우리 교민 1명도 사망했다고 하죠.
그런데, 이런 사망 사고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28세의 중국 군인이 시노팜 백신을 맞은 후 뇌졸중으로 숨졌다는 글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는데, 곧바로 삭제됐죠. 코로나 19가 처음 발생했을 때도 이를 숨겨 전세계에 재앙을 안긴 중국이 백신 부작용 관련 정보까지 숨기고 있습니다.
◇ 의료위생 분야 인력도 접종 기피
그러다보니, 백신을 맞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전국 각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50%를 넘어가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중국백신면역’이라는 전문지가 지난 2월 저장성의 의료 위생 분야 인력 75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백신을 맞겠다는 응답이 27.65%에 그쳤다고 해요.
하는 수 없이 전국 공산당 조직과 행정 조직에 총동원령을 내렸습니다. 중국도 백신 접종은 원래 개인의 자유 의사에 따라 하게 돼있어요. 그런데, 기관장이나 상급자가 나서서 일일이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사실상의 반강제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접종율을 올리기 위해 계란과 식용유, 건강음료는 물론, 현금 주는 곳까지 등장했다고 해요.
어떻든 이런 총동원 덕분에 중국의 백신 접종 인원은 4월21일 2억명을 넘어섰습니다. 접종율은 14%를 조금 상회해요. 하지만 마오쩌둥 시절 대약진운동을 연상시키는 이런 방식으로 연말까지 10억명에게 백신을 맞히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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