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 CEO "교훈 남긴 슈퍼 리그 사태, 변해야 한다"

김현민 2021. 4. 25.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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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김현민 기자 = UEFA 신임 집행 위원장으로 부임한 바이에른 뮌헨 CEO 칼-하인츠 루메니게가 축구계를 흔들었던 슈퍼 리그 사태로부터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를 필두로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첼시, 아스널, 토트넘(이상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유벤투스, 인테르, AC 밀란(이상 이탈리아 세리에A)에 이르기까지 12개 팀이 슈퍼 리그 창단을 발표했다. 해당 12개 팀에 더해 8팀을 추가해 20개 팀으로 UEFA 챔피언스 리그를 대체할 새로운 형태의 리그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문제는 슈퍼 리그가 챔피언스 리그와는 달리 페쇄적인 리그라는 데에 있었다. 20개 팀 중 15개 팀(위에 언급한 12개 팀 포함)은 고정적으로 슈퍼 리그에서 뛴다는 게 해당 리그의 주 포맷이었다. 즉 남은 다섯 자리를 놓고 유럽 리그의 무수히 많은 구단들이 경쟁해야 한다는 소리다. 자국 리그 성적을 발판으로 매시즌 진출팀이 정해지는 챔피언스 리그와는 상반된 형태의 대회였다.

당연히 유럽 축구연맹(UEFA)과 국제축구연맹(FIFA)를 필두로 각국 축구협회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영국과 프랑스 같은 정부들도 슈퍼 리그 설립에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슈퍼 리그의 설립은 각국 리그들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비판의 주된 골자였다. 특히 영국 정부는 슈퍼 리그 반대 법안을 발의할 의사가 있음을 표명했을 정도였다. 또한 많은 축구 선수 및 감독들의 항의에 더해 축구 팬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이러한 가운데 독일 분데스리가 구단들과 프랑스 리그1 구단들은 슈퍼 리그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에 슈퍼 리그 초대 회장 플로렌티노 페레스는 바이에른이 초청받지 않은 구단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출 문서에 따르면 바이에른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이상 분데스리가), 그리고 파리 생제르맹(리그1) 3개 구단이 슈퍼 리그로부터 초대장을 받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들은 슈퍼 리그 가입을 반대했다.

제각각의 이유가 있지만 분데스리가 구단들이 슈퍼 리그에 반대한 주된 원인은 바로 50+1 제도에 있다. 분데스리가는 특정인이나 특정 기업이 구단 지분의 49%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51%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팬들이 대주주로부터 구단을 보호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를 통해 티켓 가격 방어 등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분데스리가이다. 이번 슈퍼 리그 사태에서도 바이에른과 도르트문트가 반대 입장으로 나섰던 이유도 이에 기인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미 루메니게는 지난 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많은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구상되고 있는 슈퍼 리그는 자국 리그에 큰 피해를 입히는 형태이기에 지금 당장 슈퍼 리그 참가를 선택해야 한다면 바이에른은 거절할 것이다. 도리어 바이에른은 챔피언스 리그 개편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슈퍼 리그 사태가 발생하자 평소했던 말을 지킨 바이에른이다.

결과적으로 프리미어 리그 6개 팀과 인테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탈퇴를 선언한 데 이어 투자처인 미국 투자은행 JP 모건마저 포기 의사를 선언하면서 슈퍼 리그 설립이 무산되자 자연스럽게 분데스리가 리그 운영 방식에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심지어 영국 정치인들과 많은 팬들은 현재 분데스리가에서 시행 중인 50+1 제도를 프리미어 리그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자연스럽게 이번 슈퍼 리그 사태의 최대 수혜자로 바이에른과 파리 생제르맹이 떠오르고 있다. 바이에른 CEO 루메니게는 새로 UEFA 집행 위원장에 임명됐고, 파리 생제르맹 회장 나세르 알-켈라이피는 유럽 클럽연맹(ECA) CEO에 임명됐다. 심지어 루메니게는 차기 UEFA 회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실제 미하엘 반 프라흐 UEFA 부회장은 루메니게에 대해 "신이 내린 선물이며, 알렉산더 체페린에 이어 차기 UEFA 회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가운데 루메니게는 이번 슈퍼 리그 사태에 대해 "마침내 해결됐다"라고 선언하면서 "이는 축구계에 있어 큰 경고와도 같았다. 새로운 리그에 대한 서커스와도 같은 소란이 48시간 동안 전 세계를 뒤덮은 건 어쩌면 긍정적인 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축구가 일반적인 다른 사업들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걸 알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유벤투스, 맨체스터 시티는 물론 바이에른이나 도르트문트 같은 모든 구단들이 그 동안 이적시장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 매년 우리는 선수 연봉에 대한 지출을 늘렸고, 이적료도 갈수록 더 많이 지불해왔다. 언론들 역시 이를 부추겼다. 우리 자신이 '이적시장'이라고 불리는 악마에게 당해왔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유행이 우리에게 큰 피해를 안겨주었다"라고 현 축구 클럽들의 무분별한 지출과 코로나19가 재정악화로 이어졌음을 토로하면서 "이제 우리는 샐러리캡과 같은 제도들을 통해 지출을 줄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페레스 회장은 슈퍼 리그를 설립한 이유에 대해 코로나로 인한 재정 악화 및 축구 인기 저하를 꼽았다. 이대로라면 축구 클럽들이 줄줄이 파산할 것이라고 경고한 페레스였다. 이번 사태를 통해 기존 축구 제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데엔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감대를 함께 하고 있다. 슈퍼 리그 설립 시도 자체는 결과적으로만 놓고 보면 한낱 해프닝으로 끝났으나 이번 사태를 통해 경각심을 가지고 축구라는 스포츠 전반의 발전을 위해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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