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세이브, 이 맛은 오승환만 압니다
"깔끔하게 막아내 더 기뻐,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 도전"
25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시즌 3차전. 삼성은 2-2로 맞선 9회초 구자욱이 상대 투수 정해영의 폭투 때 홈을 파고들어 귀중한 한 점을 뽑아냈다.
그리고 3-2로 앞선 9회말 ‘돌부처’ 오승환이 특유의 무심한 표정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오랜 기다림 끝에 잡은 기회였다. 오승환은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4경기 연속 세이브를 올리며 KBO리그 개인 통산 300세이브에 하나만을 남겨 놓았다. 하지만 이후 삼성이 큰 점수 차로 이기거나 패하면서 2주가량 세이브를 올릴 기회를 잡지 못했다. 오승환은 299세이브째를 올린 뒤 25일 이전까지 투구 감을 유지하기 위해 두 차례 마운드에 올랐다. 20일 SSG전에선 한 타자만 상대해 삼진을 잡았으나 24일 KIA전에선 8-3으로 앞선 9회말 등판해 2안타 1실점 하는 등 다소 불안했다.
그러나 25일 세이브 기회에서 마운드에 올라서서는 변함없는 ‘돌부처’의 모습으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그는 첫 타자 박찬호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다음 타자 최원준에게 안타를 얻어맞았다. 하지만 다음 타자 김선빈을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했고, 공 3개만으로 프레스턴 터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경기를 끝냈다. 등판 초반엔 대부분 직구로 타자들을 상대하다 힘 좋은 터커를 맞이해서는 시속 137㎞짜리 낙차 큰 변화구를 승부구로 택해 3구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내며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첫 300세이브 고지에 올랐다. 3대2 승리를 지켜낸 오승환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국시리즈 우승 때나 보던 장면이었다. 평소와는 달리 미소를 띠며 뚜벅뚜벅 포수 쪽으로 걸어간 오승환은 함께 기록을 엮어낸 강민호와 뜨겁게 포옹했다.
오승환의 300세이브는 앞으로 깨기 힘든 기록이다. 역대 2위는 롯데에서 은퇴한 손승락의 271세이브다. 현역으로선 한화 정우람이 183세이브로 오승환에 이어 2위이다. 오승환의 300세이브는 국내 리그 6년 공백 속에서 쌓아올렸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각별하다.
오승환은 지난해엔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 고지에 올랐다. 역대 최고 마무리 투수로서 삼성의 다섯 차례 우승의 뒷문을 꽁꽁 잠갔던 그는 통산 277세이브를 올린 뒤 일본 무대(한신 타이거즈)로 이적해 2014·2015년 센트럴리그 2년 연속 세이브왕에 오르며 통산 80세이브, 2016년부터 4시즌 동안 미국 프로야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콜로라도 로키스 등에서 뛰면서 42세이브를 올렸다.
미국에서 돌아온 뒤 처음 치른 지난 시즌엔 18세이브를 올리긴 했지만, 그답지 않게 마운드에서 진땀을 흘린 순간이 많았다. 그는 올 시즌 전 대구에서 두문불출하면서 12월 중순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오전 6시 50분 일어나자마자 야구장을 찾았고, 오후 6시 이전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매운 음식이나 국물은 입에 대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이어갔다.
올해도 평균자책점이 6.00으로 좋지 않은 점을 떠올린 듯 오승환은 경기 후 “300세이브란 의미보다 오늘 깔끔하게 막아냈다는 것이 더 기쁘다”며 “앞으로 몇 세이브를 더 올릴지 모르겠지만 늘 팬들이 저와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던지겠다. 이제는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나이 마흔 살인 그는 한·미·일 통산 422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앞으로도 더 오래 선수생활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경기 후 오승환의 인터뷰가 끝나자 열여덟 살 어린 후배인 투수 원태인이 축하의 의미로 생크림 케이크를 오승환의 얼굴에 덮었다. 생크림 세례를 받은 ‘돌부처’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피어올랐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바이든 사퇴론’ 즐기는 트럼프? “이례적으로 침묵”
- [팔면봉] 野 해병대원 특검법 강행 처리, 與 불참 예고로 국회 개원식 연기. 외
- 인권 변호사 출신… 정계 입문 5년 만에 노동당 당수 올라
- 트럼프와 붙으면… 미셸 오바마가 11%p 앞서, 해리스는 2%p差 박빙
- 바이든이 물러나면 민주당, 8월 7일까지 공식 후보 지명해야
- “의사 늘린다고 응급실 뺑뺑이 안 없어져… 수가 현실화가 최우선”
- “의사 집단행동 방지법 만들라”
- 필수의료 살리려면 응급실 바꿔야
- 검사 24명 호명하며… 이원석 “비열한 외압에 굴복 말라”
- 野가 특검 2명 추천… 사흘 지나면 연장자 자동 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