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은 "펀쿨" 목표는 "실루엣" 일본 환경상의 엉뚱 발언

이효상 기자 2021. 4. 25.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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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환경상이 또 황당 답변을 내놨다. 일본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46% 삭감’으로 설정한 이유를 설명하며 “46이라는 숫자가, 실루엣이 떠올랐다”고 답한 것이다. 그는 과거에도 기후변화 문제를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답변해 ‘엉뚱 답변’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고이즈미 환경상은 23일 일본 민영방송 TBS와 인터뷰에서 46% 감축으로 정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명확한 모습이 보인 건 아니지만 어렴풋이 떠올랐다. 46이라는 숫자가...”라고 말했다.

아나운서가 재차 묻자 고이즈미 환경상은 “실루엣이 떠올랐다”고 답변했다.

전날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최로 열린 온라인 기후정상회의 연설에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3년 대비 46%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6% 삭감’이라는 기존 목표를 대폭 끌어올린 것이다.

일본의 탈탄소 의지를 부각하는 효과도 있었지만 일본 정부 내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경제산업성 간부는 TBS에 “현실적으로는 아무리 줄여도 30%대 후반이 한계였다”며 “그 이상의 숫자는 환경성과 고이즈미 환경상이 책임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대폭 상향 조정한 배경에 대한 일본 내 관심도 여느 때보다 높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후변화 정책을 총괄하는 환경상이 ‘실루엣’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냐’는 질문에 고이즈미 환경상은 “의욕적인 목표를 설정한 걸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한편 현실적인 목표를 냈다면 ‘뭔가 그건 좀 낮다’고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금메달을 목표로 하겠다’고 했는데 실제 결과가 동메달이었을 때 비난을 하겠느냐”고도 했다.

고이즈미 환경상은 목표 달성을 위한 대책으로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들었다. 그는 “창밖으로 고층빌딩이 잔뜩 늘어서 있다. 이 풍경이 바뀔 것”이라며 “비어 있는 옥상이 아주 많다. 태양광을 가능한 두고 싶다”고 했다.

일본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26% 삭감이라는 기존 목표 달성을 위해 전체 전원 구성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18%에서 22~24%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46% 달성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시설투자가 필요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차남으로 정계에 데뷔한 고이즈미 환경상은 2019년에도 이색 발언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그해 9월 환경상 취임 직후 유엔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한 그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펀하고 쿨해야 된다. 당신도 섹시해져야 한다”고 답했다. 당시 그는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전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의 “환경문제에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발언을 인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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