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에 쿼드 참여할거냐 수차례 문의”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1. 4. 25.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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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보도, 불참 경고 보낸듯 “한국, 美서 요청 안받았다 답변”
외교가 “中의 韓압박 더 커질 것”

중국이 한국 측에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전략에서 핵심 축으로 삼고 있는 쿼드(Quad)에 참여할 것인지 여러 차례 물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쿼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일본·인도·호주의 4국 안보협의체이다. 미국이 쿼드를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자 한국에 참여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약한 고리’인 한국을 상대로 경고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낼 것으로 보고 있다.

SCMP는 이날 익명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관리들이 한국에 쿼드 참여 의사가 있는지 수차례 문의했고, 한국은 “참여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중국이 언제, 어떤 채널을 통해 이런 문의를 했는지 등 구체적인 사항은 보도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 측에선 “한국이 쿼드에 취해온 전략적 모호성을 버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美 타격 가능한 SLBM 발사덮개 위에서 대화 - 시진핑(오른쪽에서 셋째)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해방군 해군 창설 72주년인 지난 23일 094형 전략핵잠수함 ‘창정(長征) 18호’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덮개 위에서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국 CCTV는 시 주석이 이날 하이난 싼야에서 열린 전략핵잠수함 함기(艦旗) 수여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CCTV

첸융 저장대 교수는 “미국이 한국에 구애하면서 한·미, 미·일 동맹을 (한·미·일) 삼각 동맹으로 통합하려 해왔다”면서 “한국이 쿼드에 참여하면 결국 삼각 동맹이 되고, 이는 동북아시아의 작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될 것”이라고 했다. 비잉다 산둥대 교수도 “동북아 지역에서 반중국 연합이 형성되면 중국에 큰 압박이 되고 군사적 충돌 위험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쿼드는 반중(反中) 정서가 불었던 미국 대선 전후 중국 견제라는 목적이 강조되다 최근 코로나 백신 제공,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공급망 구축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참여국을 늘린 ‘쿼드 플러스’도 추진하고 있다. 동맹인 한국을 비롯해 영국, 베트남, 필리핀 등 중국과 이견을 빚는 나라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미 당국자는 지난 1일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 친구들과 (쿼드에 대해) 매우 긴밀히 협의해 왔다”며 “더 긴밀한 협의나 참여를 언제든 환영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공식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공개된 미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도 “미국이 북한 및 기후변화를 포함한 기타 세계적인 관심 현안에 대해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그간 쿼드에 대해 ‘패거리 짓’ ‘냉전 사고’라는 용어를 써가며 쿼드 참여국들을 강하게 비난해왔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SCMP 보도에 대해 “여러 경로로 (한중) 양국 관심사에 대해 소통하지만, 최근 쿼드에 관한 중국의 문의 횟수가 늘어나거나 관심의 강도가 세졌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 달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어서 중국 당국과 학자들에게서 한국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앞서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일본에 대한 경고 수위를 올렸다. 왕이 외교부장은 미·일 정상회담을 11일 앞둔 지난 5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통화를 하고 “어떤 초강대국의 의지도 국제사회를 대표할 수 없으며, 이 초강대국을 따르는 소수 국가도 다자 규칙을 독점할 권리가 없다”고 쿼드에 대해 강도 높은 불만을 표시했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전화 회담 보도자료 이외에 ‘일본은 적극적인 태도로 중국의 발전을 바라봐야 한다’는 별도의 보도자료를 냈다. 일본의 쿼드 참여에 대한 불만의 표현과 미·일 정상회담에서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라는 해석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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