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내연기관車 동시 조립.. '팩토리56'은 미래 생산기지"

조병욱 2021. 4. 2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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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저 벤츠 생산·공급 총괄 화상 인터뷰
5G통신 활용해 전 공정 기록 디지털화
400대 무인차 부품 전달 효율성 극대화
탄소 중립에 역점.. 에너지 소비 25%↓
직원 1500명 손 거쳐 다양한 공정 소화
부품수 주는 전기차 인력 재배치 고민
배터리 생산도 이곳서 가능하게 할 것
요르그 부르저 메르세데스-벤츠AG 이사회 멤버 겸 생산·공급망 관리 총괄이 지난 21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 앞서 독일 진델핑겐의 벤츠 생산공장인 ‘팩토리56’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자동차가 컴퓨터처럼 똑똑해지면서 차를 만드는 공장도 ‘스마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스마트하면서도 유연하고 지속가능한 생산 공장 ‘팩토리56’을 지난해 독일에 준공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기가 팩토리’라는 친환경 스마트 공장을 내세우는 가운데 가장 역사가 깊은 전통 자동차 제조사인 메르세데스-벤츠가 내놓은 ‘팩토리56’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해 메르세데스-벤츠 AG의 이사회 멤버 8명 중 1명인 요르그 부르저 메르세데스-벤츠 생산 및 공급망 관리 총괄과 지난 21일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와 서울 중구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본사에서 화상으로 이뤄졌다.

◆자동차 생산의 미래는 ‘디지털화·효율화·지속가능성·유연성’

전 세계 30개가 넘는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의 생산과 공급망을 담당하고 있는 부르저 총괄은 이날 “자동차 생산의 미래는 디지털화, 효율화, 지속가능성과 유연성에 있다”며 “팩토리 56은 바로 그 예시”라고 소개했다.

2020년 9월 독일 진델핑겐에서 문을 팩토리56은 내연기관차인 ‘더 뉴 S클래스’와 전기차 ‘EQS’를 같은 생산라인에서 조립하는 유연성을 갖춘 공장이다. 주말 동안 설비를 손보면 다른 형태의 파워트레인을 조립할 수 있다.

부르저 총괄은 “이곳은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파워트레인과 차체를 한 번에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7억3000만유로(약 1조350억원)가 투입된 이 공장은 5G 통신을 활용한 디지털화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효율성을 향상하는 핵심은 MO360(메르세데스 오퍼레이션 360도)”이라며 “생산의 모든 단계와 요소들은 완전히 디지털화한다”고 말했다.
부르저 총괄은 생산공정을 ‘생태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MO360은 공장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내용을 기록하고, 공유해 데이터 투명성을 확보해 나가는 시스템”이라며 “모든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연결돼 모든 멤버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공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400대가 넘는 무인 운반차(AGV)가 운영 중이며 이를 통해 적시에 필요한 부품이 정확하게 전달된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56번째 공장인 팩토리56은 친환경과 지속가능성 분야에서도 앞선다. 부르저 총괄은 “계획 단계부터 탄소 중립 달성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며 “기존 공장보다 에너지 요구량이 25%가량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장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공장 소비 에너지의 30%를 충당하고 있다”며 “부족한 전력은 외부에서 충당하는데 이때도 풍력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만 사용한다”고 했다. 또한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 공장으로 연간 10t의 종이를 절약한다”고 덧붙였다. 이곳은 자동차 배터리를 재활용해 태양광 전력을 저장하고, 옥상에 빗물 저류시설이 설치돼 이를 용수로도 사용하고 있다.
◆기술 발전 속 사람의 손 여전히 중요

첨단기술이 집약된 공장이지만 실제 이를 운영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재료공학 박사인 부르저 총괄은 “생산라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저희 직원들”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자동화를 통해서 기계가 기계를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다. 팀 멤버들이 합심해 세계 최고의 차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현재 이곳에는 1500명이 넘는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어 “인체공학적 측면까지 반영해 작업을 더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생산라인의) 접근 방식과 시스템 구축도 유연하게 했다”며 “이러한 프로세스가 마련돼야 비로소 최고의 품질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동화로 줄어드는 작업량, 배터리 분야로 전환 추진

최근 자동차 업계에는 기존 내연기관보다 부품 수가 적은 전동화 파워트레인이 적용되면서 인력 재배치에 대한 이슈가 대두하고 있다. 부르저 총괄은 “미래에는 팀 멤버들을 지속해서 교육해 작업 수준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며 “파워트레인 생산 분야에서 앞으로 일어날 변화와 전환은 그 규모나 정도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5∼10년에 걸쳐 노동 비중이 줄어들 텐데 이에 대해서는 깊이 있고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변화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대안으로 파워트레인을 생산하는 독일 운터튀르크하임 공장에서는 노사 합의를 통해 e캠퍼스를 설립해 미래에 배터리 셀을 테스트하는 시설로 활용하기로 한 사례를 들었다. 부르저 총괄은 “큰 변화가 반드시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근로자 위원회와 대화와 협의를 통해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할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벤츠는 신기술 도입 과정에서 노사 협의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부르저 총괄은 “공장 준공 전부터 근로자 위원회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존 E-클래스 생산라인에 계속 근무하고 싶은 분들은 누구이며, 누가 이곳으로 옮겨오길 원하는지, 어떤 교대 근무를 선호하는지 등 다양한 의견을 취합했다. 그 결과 (근로자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조건의 85%가량을 만족하게 했다”고 말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한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된 벤츠는 앞으로 배터리 공장도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부르저 총괄은 화상 인터뷰 이후 진행된 서면 인터뷰에서 “메르세데스-EQ의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 시스템은 독일·폴란드 등 유럽, 중국, 미국 등 3개 대륙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서 공급받고 있다”며 “앞으로 생산 전략에 따라 진델핑겐(팩토리56) 현장에 또 다른 배터리 공장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9년 메르세데스-벤츠 AG 이사회 멤버가 된 부르저 총괄은 앞서 2016∼2019년 승용차 품질 관리 총괄, 다임러 대중화권 제품 그룹 비즈니스·공급업체 품질·제품 및 현장 전략부문 수석 부사장, 미국 법인 물류 및 생산통제 부문 부사장 등을 지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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