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내연기관車 동시 조립.. '팩토리56'은 미래 생산기지"
5G통신 활용해 전 공정 기록 디지털화
400대 무인차 부품 전달 효율성 극대화
탄소 중립에 역점.. 에너지 소비 25%↓
직원 1500명 손 거쳐 다양한 공정 소화
부품수 주는 전기차 인력 재배치 고민
배터리 생산도 이곳서 가능하게 할 것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기가 팩토리’라는 친환경 스마트 공장을 내세우는 가운데 가장 역사가 깊은 전통 자동차 제조사인 메르세데스-벤츠가 내놓은 ‘팩토리56’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해 메르세데스-벤츠 AG의 이사회 멤버 8명 중 1명인 요르그 부르저 메르세데스-벤츠 생산 및 공급망 관리 총괄과 지난 21일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와 서울 중구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본사에서 화상으로 이뤄졌다.
◆자동차 생산의 미래는 ‘디지털화·효율화·지속가능성·유연성’
전 세계 30개가 넘는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의 생산과 공급망을 담당하고 있는 부르저 총괄은 이날 “자동차 생산의 미래는 디지털화, 효율화, 지속가능성과 유연성에 있다”며 “팩토리 56은 바로 그 예시”라고 소개했다.
2020년 9월 독일 진델핑겐에서 문을 팩토리56은 내연기관차인 ‘더 뉴 S클래스’와 전기차 ‘EQS’를 같은 생산라인에서 조립하는 유연성을 갖춘 공장이다. 주말 동안 설비를 손보면 다른 형태의 파워트레인을 조립할 수 있다.
첨단기술이 집약된 공장이지만 실제 이를 운영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재료공학 박사인 부르저 총괄은 “생산라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저희 직원들”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자동화를 통해서 기계가 기계를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다. 팀 멤버들이 합심해 세계 최고의 차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현재 이곳에는 1500명이 넘는 직원이 일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는 기존 내연기관보다 부품 수가 적은 전동화 파워트레인이 적용되면서 인력 재배치에 대한 이슈가 대두하고 있다. 부르저 총괄은 “미래에는 팀 멤버들을 지속해서 교육해 작업 수준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며 “파워트레인 생산 분야에서 앞으로 일어날 변화와 전환은 그 규모나 정도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5∼10년에 걸쳐 노동 비중이 줄어들 텐데 이에 대해서는 깊이 있고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변화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대안으로 파워트레인을 생산하는 독일 운터튀르크하임 공장에서는 노사 합의를 통해 e캠퍼스를 설립해 미래에 배터리 셀을 테스트하는 시설로 활용하기로 한 사례를 들었다. 부르저 총괄은 “큰 변화가 반드시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근로자 위원회와 대화와 협의를 통해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할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벤츠는 신기술 도입 과정에서 노사 협의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부르저 총괄은 “공장 준공 전부터 근로자 위원회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존 E-클래스 생산라인에 계속 근무하고 싶은 분들은 누구이며, 누가 이곳으로 옮겨오길 원하는지, 어떤 교대 근무를 선호하는지 등 다양한 의견을 취합했다. 그 결과 (근로자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조건의 85%가량을 만족하게 했다”고 말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한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된 벤츠는 앞으로 배터리 공장도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부르저 총괄은 화상 인터뷰 이후 진행된 서면 인터뷰에서 “메르세데스-EQ의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 시스템은 독일·폴란드 등 유럽, 중국, 미국 등 3개 대륙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서 공급받고 있다”며 “앞으로 생산 전략에 따라 진델핑겐(팩토리56) 현장에 또 다른 배터리 공장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9년 메르세데스-벤츠 AG 이사회 멤버가 된 부르저 총괄은 앞서 2016∼2019년 승용차 품질 관리 총괄, 다임러 대중화권 제품 그룹 비즈니스·공급업체 품질·제품 및 현장 전략부문 수석 부사장, 미국 법인 물류 및 생산통제 부문 부사장 등을 지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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