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WKBL 흥했다! 뉴스타 넘쳐난다! 2020-2021시즌이 배출한 WKBL의 스타라인

김용호 2021. 4. 25.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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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용호 기자] 흔히 프로스포츠는 팬들이 있기에 존재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팬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선수를 우리는 스타라고 부른다. 국내선수들이 주인공이 됐던 WKBL의 2020-2021시즌, 우리는 선수들의 급성장과 함께 새로운 스타 세대의 도래를 실감했다. 여자농구 부흥을 바랐던 이들이라면 더욱 반가워했을 뉴스타들의 행진. 누가 그 주역이었는지 한 시즌을 돌아보자.

※ 본 기사는 점프볼 4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 외국선수 없는 시즌이 예고한 새 시대
WKBL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외국선수 제도를 잠정 폐지했다. 이로써 WKBL 무대에서는 8년 만에 외국선수가 사라졌고, 국내선수들이 코트를 가득 메우게 됐다. 개막 전까지는 경기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더 많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국내선수들에게 외국선수들의 빈자리는 곧 기회였고, 그간 맘껏 코트를 누비지 못했던 선수들이 하나둘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수치적으로 생각해보면 외국선수가 빠지면서 각 팀마다 BEST5에 이름을 올리는 선수가 한 명씩 늘어난 셈이다. 그만큼 팬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늘었다. 정규리그 평균 득점 순위를 보면 두 자릿수 득점을 해낸 선수가 19명이다. 2019-2020시즌의 12명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다.

저득점에 대한 우려도 사라졌다. 2009-2010시즌 이후 무려 11년 만에 리그 전체 평균 70득점에 성공한 것. 국내선수들이 리그의 주인공임을 몸소 입증했고, 이는 WKBL 팬들의 시선을 다시 끌어모으는 동력이 됐다. 스타가 되기 위한 최우선의 조건. 선수들은 코트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며 그 자격을 입증했다.

▲ 올스타 팬투표가 쏘아 올린 신호탄
국내선수들이 그간 터뜨리지 못했던 잠재력을 뽐내기 시작했고, 팀마다 주목받는 선수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던 시점. WKBL은 예년과 같이 올스타전 팬투표를 시행했다. 결과적으로 신한은행의 에이스 김단비가 5년 연속 팬 투표 1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지만, 그 이후 순위를 살펴보면 분명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1위 김단비 이후 5명의 명단을 보면 2위 신지현(하나원큐), 3위 강이슬(하나원큐), 4위 박지현(우리은행), 5위 박지수(KB스타즈), 6위 김소니아(우리은행)가 자리하고 있다. 이 5명의 공통점은 1994년생 강이슬과 김소니아부터 2000년생 박지현까지 모두 20대 젊은 선수라는 것이다.

사실 프로스포츠에서, 특히 선수 풀이 작은 WKBL에서 20대의 젊은 선수가 스타로 떠오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프로 무대에 입성하면서 곧장 주전, 더 나아가 에이스가 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5명의 선수들은 올 시즌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으면서 리그의 대표 스타로 떠올랐다.

본지 2월호에서 올스타 팬투표 1위로서 인터뷰를 가졌던 김단비는 “내가 여전히 팬분들의 사랑을 많이 받지만, 확실히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 올스타에 뽑히는 선수들을 보면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다. 5위까지 보면 나 혼자 30대더라(웃음)”라며 스타 라인에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올 시즌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확실하게 잡으면서 ‘좋은 경기력’까지 보여준 선수들이기에 그들은 스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수려한 외모만큼이나 농구팬들을 즐겁게 하는 플레이를 펼쳤기에 이들이 스타의 자격을 갖췄음에는 이견이 없다.

▲ 대졸 선수들도 일으킨 새로운 바람
스타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은 생각보다 크다. 자신들을 지켜봐 줘야 하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무게가 어깨를 누르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올 시즌만 놓고 보면 많은 선수들이 리그에서 스토리를 만들어갔다. 팬들에게 뉴스타의 탄생을 충분히 예고할 수 있었다.

그 스토리 중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대졸 선수들이 수놓은 희망이었다. 올 시즌 WKBL 정규리그 시상식에는 개막 전에 비해 많은 이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트린 두 명의 대졸 선수가 있었다. 신인상을 받은 하나원큐 강유림과 어시스트상을 수상한 우리은행 김진희가 주인공이다.

두 선수는 과거 광주대에서 한솥밥을 먹던 시절 여대부를 장악한 팀의 주축들이었지만, 프로 무대에 입성한 뒤로는 쉽사리 기회를 잡지 못했다. 김진희는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큰 부상이 있었고, 강유림은 동포지션에 강이슬이라는 거대한 벽이 있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두 선수는 기회를 잡았고, 간절함으로 본인의 몫을 다해내며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끌어모았다. 김진희는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어시스트 부문 2연패 중이던 안혜지와 포인트가드 맞대결을 펼쳐 팀의 타이틀 경쟁 역전극을 일궈냈다. 강유림은 부단한 노력으로 3점슛까지 장착하면서 하나원큐의 6라운드 전승에 일조했다.

봄 농구에서는 삼성생명 이명관이 새롭게 발돋움했다. 지난 시즌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18순위로 문을 닫고 입단한 그는 무릎 재활로 인해 올 시즌에서야 코트를 밟을 수 있었다. 정규리그 후반부터 조금씩 출전 기회를 부여받은 이명관은 KB스타즈와의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주축 선수들의 파울이 급격하게 늘어난 상황에서 투입됐다. 이명관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날 이명관은 14분여만을 뛰고도 13득점 2리바운드 1어시스트 1스틸로 깜짝 활약을 펼쳤다.

최근 WKBL에는 대졸 선수들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었다. 몇 시즌 동안 입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팀을 떠나는 대졸 선수들이 속출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고교 졸업 후 프로에 입단하는 WKBL의 시스템 속에서 대졸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기회를 잡아가야 했다. 이같은 현실에서 대졸선수들이 일찍 퇴단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면서 관계자들의 평이 나빠진 것이다.

하지만 올 시즌에 강유림, 김진희, 이명관 등 대졸 선수들은 분명 그 편견을 다시 보기좋게 깨트렸다. 특히 농구 인생에서 첫 우승 감격을 누린 이명관은 “뿌듯한 마음이 크다. 아직도 여대부에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대학 선수들이 많다. 나는 물론이고 지금 프로에 있는 대졸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지금 대학에서 꿈을 꾸고 있는 선수들이 희망을 갖고, 용기를 잃지 않길 바란다”라며 진심을 전한 바 있다. 대졸 선수들이 남긴 감동적인 스토리는 팬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노력에서 비롯된 걸출한 결과이기에 이들은 새로운 느낌의 스타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 스타는 결국 실력으로 말한다
WKBL에서 스타라고 불리는 이들의 직업은 운동선수다. 때로는 수려한 외모만으로도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아 스타로 급부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다. 결국 팬들은 농구를 보기 위해서 농구선수를 좋아하게 된다. 즉 스타가 되기 위한 조건에는 실력이라는 절대적인 요소가 자리한다.

이를 WKBL 선수들도 잘 알고 있고, 올 시즌에는 코트에서 몸소 증명해냈다. 그 조건을 이제 확실히 충족시킨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신지현이다. 신지현은 선일여고 시절 한 경기 61점을 폭발시키며 농구계에서 이슈가 됐다. 그리고 프로에 전체 1순위로 입성했다. 더불어 어여쁜 외모로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 관심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기대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 물론 큰 부상을 당해 오래 쉬어갔던 시간도 있었지만, 결국 팬들이 원하
는 건 ‘농구를 잘하는 신지현’이었다. 그 말을 듣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신지현이 결국 해냈기에 신지현 본인도, 그의 팬들도 환히 웃을 수 있었다.

올 시즌 종료 후 이훈재 감독은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신지현과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팀의 주축선수로 확실히 성장해줘야 했던 올 시즌, 신지현은 이훈재 감독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 농구가 잘하고 싶다며 야간 훈련을 함께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이 또한 스타의 덕목 중 하나였다. 프로 선수로서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신지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그간의 기대에 비해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던 선수가 또 한 명 있다. 삼성생명이 15년 만에 우승을 거두는 데에 있어 확실한 퍼즐이 되어준 윤예빈이다. 그 역시 신지현이 WKBL에 나타나 관심을 받기 시작한 지 2년 후 삼성생명의 미래로 낙점받았다. 윤예빈도 눈에 띄는 훤칠함에 남다른 외모로 농구팬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부상 악령은 윤예빈에게도 찾아왔고, 복귀 후에는 그간 고생 때문에 쌓인 부담감을 떨쳐낼 시간이 필요했다. 두 시즌 전과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에 모두 나선 윤예빈의 모습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삼성생명이 두 시즌 전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을 때도 윤예빈은 이미 정규리그 전경기에 출전, 평균 20분 이상을 소화한 주전급 선수였다. 하지만 더 큰 무대인 플레이오프로 향하자 생각이 많아진 탓에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고, 팀은 준우승에 머물렀다.

올 시즌은 달랐다. 어느덧 후배들도 많아진 윤예빈은 삼성생명의 독보적인 주전 가드로서 코트를 누비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적 우리은행과 플레이오프에서는 커리어하이인 26점을 폭발시키면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그 활약은 챔피언결정전까지 이어졌고 마침내 우승과 연을 맺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 MVP에는 김한별이 선정됐지만, 윤예빈은 김보미와 함께 MVP 투표에서 공동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삼성생명의 현재이자 미래로서 윤예빈이 팀의 대표스타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WKBL의 스타 라인에는 분명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선수들의 괄목할만한 성장과 스토리를 대부분 중계를 통해서만 팬들에게 전해야 했다는 것이다. 정규리그 1위가 막판까지 와서야 결정이 나고, 우승팀은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최대 경기수로 치르는 등 흥행에 대성공했다. 그리고 이 스토리를 만든 건 새로운 스타들이었다. 다가오는 2021-2022시즌에도 WKBL은 외국선수 제도 폐지를 이어갈 전망이다. 또 한 번 국내선수들이 수놓을 다음 시즌. 코로나19가 종식되고 팬들이 마음껏 농구장을 찾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새로운 스타 선수들과 함께 여자농구의 부흥을 외쳐봐도 좋을 듯하다.

# 사진_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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