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랜 공룡 '티라노사우루스' 알고보니 느림보?

이정호 기자 2021. 4. 2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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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연구진, 보행 분석

[경향신문]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티라노사우루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박물관 제공
꼬리 흔들며 힘 얻어 걷는 원리
에너지 아끼려 인간 조깅 수준

1993년 개봉한 미국 영화 <쥬라기공원>은 당시 충격적일 정도로 진짜 같은 공룡을 화면 속에 구현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유전공학의 힘으로 중생대를 재현한다는 영화의 설정에 흠뻑 빠질 수 있을 만큼 공룡의 모습은 사실적이었다. 이 영화에서 생태계의 정점에 있는 공룡으로 등장하는 건 티라노사우루스다. 한밤중에 주인공 일행이 탄 차량을 급습하더니 장난감처럼 발로 뭉개고 이빨로 물어뜯는다. 특히 겁에 질려 사력을 다해 도망가는 성인을 성큼성큼 쫓아가 단번에 제압할 정도로 티라노사우루스는 덩치에 비해 날랜 공룡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영화에서와는 달리 티라노사우루스의 보행 속도가 생각보다 느렸을 거라는 연구 결과가 과학계에서 나왔다. 지난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로열 소사이어티 오픈 사이언스’를 통해 티라노사우루스의 일반적인 걸음이 시속 4.6㎞였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지금까지 과학계에서 예상했던 속도의 절반이다. 조깅을 하거나 조금 힘 있게 걷는 사람보다 티라노사우루스가 느렸다는 얘기다.

연구진이 티라노사우루스를 ‘느림보’라고 결론 낸 근거는 꼬리의 존재에 있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몸길이가 10~12m, 중량은 5~7t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동물이었는데, 꼬리만 1t에 달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꼬리를 위아래로 탄력 있게 흔들면서 거대한 몸을 앞으로 밀어내는 힘을 얻었고, 이 동작이 보행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연구진이 알아낸 것이다.

그네를 타는 사람의 등을 특정 시점에 정확히 밀어주면 힘을 덜 들이고 속도를 쉽게 붙일 수 있는 것처럼 티라노사우루스가 에너지를 아끼며 효율적으로 걷는 속도를 정하는 데 꼬리의 움직임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 방식은 꼬리를 부차적인 것으로 보고 다리에만 집중했던 이전 연구와는 다른 접근법이었다.

연구진은 티라노사우루스 골격을 토대로 컴퓨터로 입체 모형을 만들어 모니터 속에서 보행을 시켜보는 형태로 원리를 규명했다.

연구진은 꼬리가 기존 예상보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일반적인 보행 속도를 느리게 했지만, 전력을 다해 달리는 속도는 오히려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연구진을 이끈 파샤 반 비즐런트 암스테르담자유대 연구원은 미국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를 통해 “달릴 때 몸에 전달되는 강한 충격을 신축성 있는 꼬리가 완화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과학계에선 티라노사우루스가 자신의 육중한 체중이 뼈에 가하는 충격 탓에 뛰는 속도가 시속 16~40㎞로 제한될 거라고 봤지만 더 빠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향후 티라노사우루스의 최고 속도도 산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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