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두엽' 동일한 손상에 '충동·우울' 엇갈린 반응 보이는 이유..'신경회로의 비밀' 풀렸다 [신경과학 저널클럽]

최한경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2021. 4. 2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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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두엽’은 사람의 인지기능에서 여러 가지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뇌 부위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전전두엽’은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을 통제하는 데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전전두엽이 손상되면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반대로 우울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동일한 뇌 영역의 손상이 상반된 결과를 일으킬 수 있는지는 현대 과학으로도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진은 신경세포의 신호와 행동신호, 그리고 광유전학 기술을 동원해 ‘강제 수영 검사’ 중인 쥐를 연구했다. 강제 수영 검사는 우울증 치료제 연구에서 많이 사용되는 기법으로,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 깊이의 물에서 쥐가 어떻게 수영하는지를 연구한다. 쥐는 이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수영을 하거나 수동적으로 물에 둥둥 떠 있는 행동 중 하나를 보인다.

기존 연구들에서는 쥐 행동을 촬영하고 실험자가 영상을 돌려보며 수영한 시간과 가만히 떠 있는 시간을 측정하곤 했는데, 다이서로스 교수 연구진에서는 쥐의 다리에 금속 발찌를 두르고 물통에 코일을 감아 실시간으로 수영 상황을 측정해 정밀성을 높였다.

강제 수영 검사는 매우 널리 쓰이는 행동 검사이지만, 이 행동을 하는 중 생기는 뇌신호는 거의 측정된 바가 없다. 물속에서 진행되는 검사라 전기신호 측정장비를 쓰기 까다롭고, 쥐가 수영할 때 첨벙거리는 움직임이 뇌신호 측정에 잡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방수처리를 단단히 한 측정장비를 통해 강제 수영 검사 중에 생기는 전전두엽의 신경신호를 안정적으로 확인했다.

연구진은 강제 수영 검사 직전 쥐가 우리(케이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시기, 그리고 강제 수영 검사 중, 또 강제 수영 검사 후 다시 케이지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 시기에 전기신호를 각각 측정했다. 실험 결과 전전두엽 대부분의 신경세포들은 검사 전 휴식 시기에 높은 활성을 보였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강제 수영 검사에 돌입하면 적극적으로 수영을 하는 쪽과 수동적으로 물에 떠 있기만 하는 쪽 두 부류로 신경세포들의 반응 양상이 갈렸다. 뇌 손상이 충동적 행동과 우울한 양상이라는 정반대의 행동 변화를 일으키는 것처럼 전전두엽의 신경세포 수준에서 상황에 따라 다른 반응을 하는 모습이 발견된 것이다.

그렇다면 강제 수영 검사를 통한 신경신호 관측 때 적극적으로 수영을 하는 측과 그냥 물에 둥둥 떠 있기만 하는 측을 관리하던 두 종류의 전전두엽 신경세포들은 어떤 차이를 가지기에 상황에 따라 다른 역할을 수행한 것일까. 이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다이서로스 교수 연구진은 전전두엽 신경세포가 연결되는 회로의 차이에 주목했다. 전전두엽 신경세포는 머릿속 여러 곳으로 뻗어나가는데, 그 가운데 세로토닌을 분배하는 뉴런이 많이 분포하는 등쪽 솔기핵으로 가는 신경세포와 스트레스 조절에 관여하는 외측 시상하부로 가는 신경세포를 목표로 광유전학 기법을 활용한 인위적인 활성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전전두엽에서 등쪽 솔기핵으로 가는 신경회로가 활성화됐을 때는 수영을 하는 빈도가 증가했고, 전전두엽에서 외측 시상하부로 가는 신경회로가 활성화됐을 때는 수영을 하는 빈도가 감소했다. 즉 동일한 전전두엽의 신경세포라 하더라도 어떤 곳과 연결되는 신경회로에 속하느냐에 따라 다른 기능을 수행한 것이다. 뇌의 비밀을 풀기 위한 과학계의 꾸준한 노력이 또 하나의 새로운 원리를 발견한 순간이다.

최한경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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