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호소하려 해도 돈 있어야"..'패소자 부담' 논란

최유경 2021. 4. 2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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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월 25일 오늘(25일)은 '법의 날'입니다.

'인권의 마지막 보루'라고 불리는 법원, 하지만 자칫 민사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패소자는 상대방 변호사 비용까지 부담해야 합니다.

승소를 확신하지 못하고 돈도 없다면, 억울하더라도 법에 호소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문제는 공익소송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유경 기잡니다.

[리포트]

20년 넘게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인근 마을에 살고 있는 55살 이진섭 씨.

2011년 직장암 진단을 받은 데 이어 이듬해 아내가 갑상선암 판정을 받았고, 아들은 선천성 자폐 장애를 갖고 태어났습니다.

[이진섭/고리원전 인근 거주자 : "그 당시에 병원에 갔을 때 우리 동네 사람들이 참 많더라고요. 그래서 병원에 이 동네 사람들 암 발생률이 왜 높으냐고 얘기하니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가르쳐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 씨는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방사능 노출 피해를 제대로 따져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2012년에 시작된 소송은 8년 만에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로 끝났습니다.

질병과 방사능 사이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패소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3심까지 간 소송비용을 모두 합하면 이 씨가 낼 돈은 2천3백여만 원에 달합니다.

[이진섭 : "저는 국가기관에 대해서 왜 내 몸이 이렇게 됐냐고 묻고 싶은 건데 거기에 대해서 돈으로 한다고 그러면 앞으로 이런 소송은 영원히 한 명도 할 사람이 없습니다."]

현행 민사소송법은 패소한 당사자가 상대방의 소송비용까지 일률적으로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패소 가능성이 높은 공익소송을 위축시키고,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 제기를 막는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최용문/변호사/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실행위원 : "인권·환경과 관련된 공익소송의 경우와 정보공개 소송, 그리고 경제적 자력이 부족한 경우 등에 대해서 '패소자부담원칙'에 대한 예외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소송비용 부담에 예외를 두기 앞서 어디까지를 공익소송으로 볼지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촬영기자:권순두 유용규/영상편집:양다운/그래픽:김석훈 최민영 김현석 김지훈

최유경 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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