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중재 나선 아세안, 폭력 멈춰세울까

이효상 기자 2021. 4. 25.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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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국, 즉각 폭력 중단 등 5개 합의..'정치범 석방'은 빠져
민주진영도 일단 환영..군부 이행 담보할 구체안 없어 한계

[경향신문]

조코 위도도(왼쪽에서 두번째)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직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자카르타 | EPA연합뉴스

미얀마 사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들이 즉각적인 폭력 중단 등 5개 항에 합의했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83일 만에 아세안이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미얀마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아세안 10개 회원국은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특별정상회의를 열고 즉각적인 폭력 종식과 모든 당사자가 참여하는 건설적인 대화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세안의 특사가 대화 과정을 중재하기로 했다. 미얀마 군부는 아세안의 인도주의적 지원 및 아세안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을 수용키로 했다.

미얀마 민주진영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던 ‘모든 정치범의 석방’은 5개 합의사항에서 제외됐다. 대신 의장 성명에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라는 요구를 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아세안 정상들은 최근 폭력사태가 고조되는 미얀마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맞댔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에 따르면 2월1일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미얀마에서는 민간인 745명이 사망하고 3371명이 체포됐다.

아세안이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으리라는 기대는 높지 않았다. 아세안은 1967년 결성 이래 회원국 간의 ‘내정 불간섭 원칙’을 고수해온 데다, 회원국 모두의 합의가 있을 때만 결정을 내려왔기 때문이다. 앞서 아세안은 외교장관 회의를 통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으나 결실을 맺는 데는 실패했다. 게다가 이날 회의에는 아세안이 미얀마 민주진영이 세운 ‘국민통합정부(NUG)’가 아니라 군부의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을 대표로 초청하며 회의장 안팎에서 반대 시위가 잇따랐다.

이날 회의에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은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에게 폭력을 중단하고 정치범을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미얀마 군부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던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불참했다.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각국 정상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내용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회의 후 성명을 통해 “폭력은 반드시 멈춰야 하고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안정, 평화는 반드시 복원되어야 한다”며 이 같은 견해가 아세안 10개 회원국의 합의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히딘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는 말레이시아 통신사 베르나마에 “우리는 성공했다. 오늘 회의에서 얻은 결과는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아세안이 예상 밖의 합의안을 내놓자 NUG도 환영했다. NUG 대변인인 사사 박사는 “아세안 정상들이 미얀마 군부의 폭력이 중단되고 정치범이 석방돼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는 고무적인 소식을 환영한다”며 “정상회의의 결정대로 아세안 사무총장의 개입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했다. 합의 이행을 위한 추가 조치도 요구했다.

이날 합의로 아세안은 미얀마 군부와 NUG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미얀마 군부의 민간인 살상과 이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잦아들지도 주목된다.

장애물도 적지 않다. 미얀마 군부의 합의안 이행을 담보할 구체적인 방안은 빠져 있기 때문이다. 무히딘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는 “아세안의 노력의 성공은 미얀마 군부의 협력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아세안 역할이 대화 중재에 머문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해법은 미얀마의 사람들과 정부, 투표로 선출된 정당과 군부 사이에서 나와야 한다”고 했다.

미얀마 시민사회도 정치범 석방 문제가 최종 합의문에는 빠지는 등 모호한 상태로 남자 반발했다. 아세안 정상들이 폭력 중단에 합의한 이날도 미얀마 만달레이 지역에서는 한 청년이 군경의 총에 맞아 숨지는 등 군부의 강경 진압이 이어졌다. 인권단체 이퀄리티 미얀마의 아웅 묘 민 국장은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그러한 수준의 요구와 성명은 (정상들 간의) 대면 회의 없이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망했다”며 “(합의) 이행을 늦추지 않기 위해 정해진 일정이나 효과적인 행동계획이 없다”고 했다.

다만 미얀마 시민들의 즉각적인 반발은 확인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아세안 정상회의 이튿날인 25일 미얀마 주요 도시에서 항의 집회가 열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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