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부족 고통받는 개도국 외면"..'공급 초과' 미국 향해 커지는 분노
지재권 일시적 포기도 거부
[경향신문]
인도는 국민의 약 1.4%(2회 접종 완료 기준)만이 백신을 맞았다. 인구 250만명인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128명이다. 반면 미국은 백신이 남아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 속에서 세계는 자국 우선주의에만 몰두하는 미국을 질시와 분노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백신 양극화는 인도에서 감염이 급증하면서 더욱 악화됐다. 글로벌 백신 공유 프로그램 ‘코백스’는 인도 세럼연구소를 통해 초기 투여량의 71%를 조달할 예정이었지만 인도가 백신 수출을 중단하면서 큰 차질을 빚었다.
미국의 상황은 정반대다. 크리스토퍼 머리 워싱턴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장은 23일(현지시간) CNN에 “5월 중순이면 백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16세 이상이면 누구든 백신을 맞을 수 있는데 이미 웨스트버지니아주, 노스캐롤라이나주, 펜실베이니아주, 마이애미주 등에선 백신이 남아돈다. CNN은 “백신 공급보다는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더 문제”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미국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다르 푸노나왈라 인도 세럼연구소 대표는 트위터에 “백신 생산을 늘릴 수 있도록 미국이 백신 원자재 수출금지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 백신을 만드는 원자재 수출을 국방물자생산법을 적용해 사실상 막았고, 조 바이든 정부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 로런스 고스틴 조지타운대 국제보건법 교수는 24일 워싱턴포스트에 이런 조치는 “저소득 국가에 재앙과 같다”고 말했다. 특허상표로 등록된 백신의 지식재산권을 일시적으로 포기해 개발도상국들이 자체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도 지속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3월 이런 제안을 했으나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이 거부했다.
미국의 코백스 지원은 말뿐인 데다 효과도 회의적이라는 비판이 많다.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과테말라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에 “코백스 시스템은 실패”라며 “소수의 나라들만 백신을 보유하고 있고 많은 나라들은 백신에 대한 어떤 접근권도 갖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게 게인고브 나미비아 대통령도 “우리는 코백스에 백신을 신청하고 보증금도 지불했지만, 백신 아파르트헤이트(차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다시 창궐하면서 백신이 풍족한 미국이 질시와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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