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계약 포함 대다수 백신 도입 일정 '미정'..낙관 이르다

이창준 기자 2021. 4. 25.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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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화이자 백신 추가 계약

[경향신문]

총 9900만명분 확보…집단면역 달성하고도 남을 물량
변이 예방 ‘부스터 샷’ 대비…18세 미만 접종 가능성 높아져
전문가 “2분기 대상자, 화이자 맞으려고 접종 미룰 수도”

정부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2000만명분(4000만회분)을 추가 확보함으로써 백신 수급난에 숨통이 트였다.

현재까지 정부가 확보한 백신은 총 9900만명분이다. 집단면역 형성을 위한 접종 목표치인 인구 70%(3600만명분)보다 2.75배 많다. 이 중 1억회분은 9월 말까지 도입된다. 방역당국은 당초 11월이 목표인 집단면역의 조기 달성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하지만 추가 계약 물량이 모두 3분기 이후에 들어오는 데다 대다수 백신의 도입 일정이 여전히 구체화되지 않은 터라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 충분한 물량 확보

정부의 목표는 올해 11월까지 집단면역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전체 인구의 70%(3600만명)가 그때까지 백신을 최종적으로 맞아야 한다. 1회만 맞아도 되는 얀센 백신은 1회만, 2회씩 접종해야 항체가 제대로 형성되는 화이자 등 그 외 백신은 2회씩 맞아야 한다. 정부 계획상 올해 도입되는 9900만명분은 집단면역을 달성하고도 남는 물량이다.

정부는 오는 9월 말까지 3600만명에게 1차 접종을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화이자 백신 3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2주인 1·2차 접종 간격을 고려하면 그래야 11월 국민 70%가 백신 접종을 완료할 수 있다. 정부 계획상 9월까지 국내에 도입되는 백신은 총 5000만명분(1억회분)이다. 역시 접종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물량이다. 정부가 집단면역 조기 달성을 거론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정부의 1~2분기 접종 목표는 1200만명에게 1차 접종을 하고, 380만명에게 2차 접종까지 하는 것이다. 백신 1580만회분이 필요하다. 정부가 확보한 물량은 1809만회분이다.

■ 화이자 백신의 장점

정부가 추가 확보한 백신이 mRNA 방식인 화이자 백신인 점도 긍정적이다. 바이러스 전달체 방식인 AZ·얀센 백신과 달리 희귀 혈전증 논란이 없고, 변이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부스터 샷’ 수요에도 대처가 가능하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AZ·얀센 등의)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은 접종을 하고 나면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면역이 생겨 이후 면역효과가 떨어지는 등 다회차 접종에 적합한 방식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3회 접종을 고려한다면 화이자와 같은 mRNA 백신 위주로 접종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화이자 백신을 추가 확보함으로써 현재 18세 이상으로 제한된 백신 접종 대상을 확대할 여지도 생겼다. 화이자는 12~15세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시험에서 100% 예방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고, 현재는 8~12세 연령층 대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이자 백신을 16세 이상에게 접종할 수 있도록 품목허가를 한 상태다.

식약처가 화이자 백신의 유통 조건을 완화한 점도 접종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식약처는 당초 영하 60~90도의 초저온에서 보관하도록 한 이 백신을 영하 20도에서 2주간 보관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초저온 보관이 불필요해지면서 예방접종센터가 아닌 일반 위탁의료기관에서도 접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기일 범정부 백신도입 태스크포스(TF) 실무지원단장은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화이자에 대한 온도 기준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접종 계획을 다시 세워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문제는 도입 시기

관건은 정부가 확보한 물량이 제때 들어오느냐다. 정부는 추가 확보한 화이자 백신 2000만명분이 3분기부터 국내에 들어온다면서도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구체적인 도입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정부가 확보한 9900만명분 중 9000만명분은 도입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2분기 국내에 들어온다고 했던 노바백스·모더나·얀센 백신의 도입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거나 추가 확보를 위한 노력이 아니라 실제 백신이 국내 영토에 들어오도록 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면서 “유럽연합(EU), 호주, 일본 등 선진국이 모두 화이자와 계약한 상황이기 때문에 인천공항에 백신이 들어오기 전까지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분기 접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반기 접종 물량의 60~70%를 차지하는 AZ 백신의 경우 화이자 백신보다 수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일각에서는 조금만 기다려서 3분기 이후 화이자 백신을 맞으려 하는 등 오히려 2분기는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며 “이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이에 대한 접종 전략을 어떻게 세우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의 1차 목적인 고위험군 대상으로 접종이 진행되는 상반기에 접종이 미뤄지지 않도록 현재 도입된 백신으로 묵묵하게 접종을 이어나가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2분기 대상자들이 접종을 미루지 않도록 여러 혜택과 이상반응 보상 등을 신속하게 지원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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