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증액에도 국산 백신 개발 '거북이걸음'
전문가 "자체 기술 확보가 근본 대책"
[경향신문]
정부의 화이자 백신 2000만명분 추가 계약 발표에 따라 백신 수급에 대한 당장의 불안은 덜게 됐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산 백신 개발을 통해 ‘백신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7~8개 연구팀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제넥신, 진원생명과학(각 DNA 백신), SK바이오사이언스, 유바이오로직스(각 합성항원 백신), 셀리드(바이러스 전달체 백신) 등 5개 업체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나 모두 1상 내지 2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연내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는 희망 섞인 발언을 내놓고 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국산 코로나19 백신이 올해 안에 개발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지난해 490억원보다 197억원 많은 687억원을 올해 예산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연내 국산 백신 개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홍기종 대한백신학회 편집위원장(건국대 교수)은 통화에서 “올해 안 백신 상용화는 어렵고 내년 초나 중순은 돼야 임상 3상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자금, 인력 지원을 늘리더라도 임상 데이터 확보 등에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임상시험 중인 업체들은 빨라야 하반기에 3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가 백신 개발을 위해 보다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본부장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백신 1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실패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수천억원의 투자와 시간이 소요된다”며 “당장 백신의 임상 3상 시험만을 위해서도 통상 2000억원 이상의 재정이 소요된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지나가더라도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이 향후 다른 백신 개발에 도움이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 위원장은 “아스트라제네카나 모더나의 빠른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 때 실패했던 기술을 활용한 것”이라며 “메르스 이전만 해도 한국은 자체 백신 개발을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메르스 이후 격차를 많이 줄여 개발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추가 계약 포함 대다수 백신 도입 일정 ‘미정’…낙관 이르다
- 접종 두달 새 확진 85%↓…요양병원, 백신 효과 봤다
- ‘오~화이자’ 한숨 돌린 청와대
- 숨통 틔워준 화이자…제때 오느냐가 관건
- 국세청장 후보자 처가일가, 매출 8000억원대 가족기업 운영···“이해충돌 소지”
- 성폭행·고문·장기 적출 위험에 노출된 사하라 사막 난민들
- [국대 감독선임 막전막후] 돌고 돌아 홍명보,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 ‘난 태국인이야’ 블랙핑크 리사의 진화···K팝 스타에서 팝스타로
- 검찰, 김건희·최재영 면담 일정 조율한 대통령실 ‘여사팀’ 행정관 소환조사
- 연판장 사태로 번진 ‘김건희 문자’···“김 여사 전대 개입” 역풍 전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