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부자증세 속도 내는데..한국은 '뒷짐'

박상영 기자 2021. 4. 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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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이득세·법인세 상향 추진
한국 정부, 지출 구조조정 방점
코로나19 양극화 해법에 차이
전문가 "자산 소득 과세 강화를"

[경향신문]

코로나19를 계기로 계층 간 불평등이 심화됨에 따라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에서 ‘부자증세’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하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자본이득세율을 두 배가량 인상하는 안을 예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워싱턴|AP연합뉴스

코로나19로 자산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큰 폭으로 웃돌면서 자산 격차가 벌어지자, 증세를 통해 재분배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지난해 ‘동학개미’와 ‘영끌’ 투자 열풍이 불었던 국내의 경우 증세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해 불어닥친 자산투자 열풍으로 자산 불평등이 고착화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완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미국은 고소득 자산가와 기업을 대상으로 최고세율 인상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을 예고한 데 이어 지난 22일(현지시간)에는 1년 이상 보유한 자산에 대한 ‘자본이득’이 100만달러 이상인 개인의 경우 최고세율을 현행 20%에서 두 배 수준인 39.6%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영국도 지난달 3일 현행 19%인 법인세율을 2023년에 25%까지 올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각국에 법인세 최저세율을 21%로 설정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들도 전 세계 법인세율 하한선을 설정하는 데 뜻을 모았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증세 카드를 꺼내든 데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불평등이 악화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풀린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흘러가면서 자산 격차가 더 확대됐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자산 격차 발생요인 분석 및 완화방안 연구’를 통해 “자본수익률의 차이는 자본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며 이는 자산 축적에 영향을 줘 자산 불평등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크게 불어난 정부 부채 규모도 증세 논의에 힘을 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지난해 회원국의 국채 발행 총액은 18조달러(약 2115조원)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 규모가 두 배가량 확대됐다. 이 가운데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 비중이 25%에 달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세가 정치적으로는 어려운 선택이지만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정부 부채 규모가 빠른 속도로 늘어난 만큼 이전보다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증세 논의보다는 지출 구조조정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정치권은 오히려 투자의욕을 꺾으면 안 된다는 이유로 금융투자소득 기본공제 한도를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하고, 최근에는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선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국가 간은 물론 국가 내에서도 불평등이 심각해졌다”며 “일시적인 재정소요에 대해서는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교육 격차 등 불평등 문제가 구조적인 문제로 확대되는 만큼 증세와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산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큰 폭으로 웃도는 만큼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그동안 투자 활성화라는 명분하에 도입했던 자본소득에 대한 혜택을 각국이 축소하는 기조”라며 “한시적으로 부유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시장에서 자원 배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 정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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