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코로나 불평등 바로잡는 '바이든 증세'에 주목한다

2021. 4. 2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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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부자증세’ 행보가 거침없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자본이득세를 현행 수준의 2배로 올릴 계획이라고 미 언론들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본이득세는 주식 등의 거래 수익에 매기는 세금으로, 투자수익이 100만달러(약 11억2000만원) 이상인 이들에게 현행 20%의 세율을 39.6%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걷힌 세금은 교육 개선과 아동복지를 위한 ‘미국 가족계획’의 재원에 충당할 계획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31일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1%에서 28%로 올리는 방안도 발표한 바 있다. 법인세 인상분은 미국의 사회기반 시설 개선을 위한 2조25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일자리 계획’ 재원으로 쓰일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도 예고해 놓고 있어 전방위적 증세에 나선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증세를 통해 경제 재건 드라이브를 뒷받침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번 자본이득세 세율 인상은 코로나19로 심화된 격차 해소를 위한 재분배 성격도 띠고 있다. ‘바이든 증세’는 코로나 위기 대응을 위해 국제기구들이 제시하는 처방과 일치한다. 국제통화기금·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은 코로나 극복과 양극화 완화를 위한 재원마련 방안으로 고소득자·대기업에 대한 누진세 강화를 권고해 왔다.

미국발 증세 바람은 세계 주요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법인세 최저세율 인상에 프랑스·독일이 이미 찬성했고 7월까지 동조 국가들이 140개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나라마다 재정적자가 심화되고 불평등이 확대되는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어 증세 기조가 대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이런 흐름과 역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재정지출 확대로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졌고, 주식·부동산 투자 열풍으로 자산 격차가 급격히 확대됐는데도 정치권은 증세 논의를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 금융투자소득 비과세 기준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한 데 이어 최근에는 여당 일각에서 종합부동산세 기준 완화도 거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장기적인 재정수요나 자산 불평등의 심각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오직 선거 유불리만 재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행태가 유감스럽다. 정치권은 미국발 증세 행보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교훈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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