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는 친문 눈치, 野는 모래알..벌써 식어버린 초선 쇄신론

조의준 기자 2021. 4. 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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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초선들 - 친문의 반발에 지도부 눈치만
비주류로 낙인찍힐까도 걱정.. 윤호중에 "아버지 같은 분"
야당 초선들 - 국민의힘 최대 세력이지만
단일한 대오 구성하지 못해.. 공천 때문에 중진들 눈치 봐

4·7 재·보궐선거 이후 쇄신을 외쳤던 여야 초선 의원들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정치권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다. 조국 사태의 자성을 요구했던 더불어민주당 초선들은 강성 친문(親文)과 당 지도부의 윽박에 꼬리를 내렸다. ‘꼰대당' ‘지역당' 탈피를 외쳤던 야당 초선 의원들은 지도부 도전을 앞두고 구심점 없이 흩어지고 있다. 여야 초선을 합치면 151명(민주당 81명, 국민의힘 56명 등)으로 결코 적지 않다. 그러나 쇄신을 이끌 비전과 리더십, 정치적 패기 부재로 이들의 쇄신은 용두사미식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여당 초선, 윤호중에 “아버지 같은 분”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그룹인 '더민초'가 지난 12일 여의도에서 쇄신 관련 회의를 열었다. /조선일보DB

당초 민주당에선 재·보궐선거 패배로 초선이 주도하는 당 쇄신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2030 초선 5인이 제시했던 조국 사태에 대한 자성과 당 소속 단체장의 성추문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요구는 친문 당원들의 ‘문자 폭탄’과 협박성 발언에 좌초됐다. 초선 5인방 중 한 명이었던 장경태 의원은 거센 비판에 “당원의 말씀이 맞는다”며 물러났다.

민주당 초선 의원 80여명의 모임인 ‘더민초’에서도 선거 2주 만인 지난 22일 쇄신안을 내놓았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만 받았다. 이들은 당 소속 단체장의 성비위 사건에 국민과 피해자에게 사죄한다는 입장을 냈지만, 당의 귀책 사유로 인한 재·보궐선거에도 후보를 낼 수 있도록 뒤집은 당헌·당규를 재개정하자는 요구도 넣지 않았다. ‘조국 사태’나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한 대안도 담기지 않았다. 오히려 재·보궐선거 후 ‘강성 친문’으로 분류되는 윤호중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초선 의원들의 눈치 보기가 더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일부 초선 의원은 윤 원내대표에 대해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지난 20대 국회에서 조응천 의원 등이 주요 국면에서 입바른 소리를 했다가 지도부와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고초를 겪었던 것을 다 잘 알고 있어, 누구 하나 (당 지도부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제 막 의원 2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비주류로 낙인찍힐까 하는 심리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강성 당원을 비판하고 싶지만, 그들에 대해 ‘당에 애정을 가진 고마운 분들’이란 의견도 상당수 있었다”고 했다. 여당 초선 81명 대부분이 친문들의 낙점으로 공천받은 ‘친문 키즈’라는 태생적 한계도 있다.

◇야당 초선, 공천 때문에 중진 눈치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초선의원 전체모임을 갖고 당 대표 출마 여부 등 당 진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재·보궐선거 직후인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저희 초선들은 정치권의 구태와 결별할 것”이라며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한 팀이 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 초선 의원은 전체 101명 중 56명을 차지하는 사실상의 당내 최대 세력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구태와 결별한 단일 대오’를 찾을 수 없다. 실제 재·보궐선거 직후 초선들이 집단 성명을 낼 때도 ‘반개혁 중진 2선 후퇴’나 ‘영남당’ 등의 민감한 표현은 빠졌다. 오히려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초선 의원들은 같은 지역 중진들에게 “영남 배제론은 아니다”라며 일일이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선 중 PK와 TK 의원들이 각각 15명과 11명, 비례가 18명으로 대다수여서, 다음 공천을 의식해 지역 다선 의원들과 당 지도부의 눈치를 먼저 살핀 것이다. 여기에 초선 중 47명이 50·60대이고, 법조인이나 관료·기초의원 출신 등이 많다. 30~40대가 주도하던 쇄신파의 패기가 없다는 지적이다. 친박, 친이 같은 계파가 사라지면서 각자도생의 분위기가 만연했다는 평가다.

의협 대의원총회 참석한 주호영과 안철수 - 국민의힘 주호영(왼쪽) 당대표 권한대행과 국민의당 안철수(오른쪽)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73차 정기대의원총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합당 논의와 관련 “순리대로 하면 된다”고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때문에 새 지도부 출범을 앞두고 열린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도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초선들의 소신 발언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초선인 김웅 의원이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자 초선 의원들 상당수는 “모든 초선이 김 의원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발을 뺐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은 사석에서 “진짜 도움 주는 초선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국민의힘) 초선들이 용기가 없어 중진들과 싸우기 어려울 것”이라며 패기가 없다고 비판했고,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도 “현재 초선들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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