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기 더 나눈 국민.. 놀랍고 고마운 일"

이진경 2021. 4. 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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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석 사랑의열매 공동모금회장
코로나로 목표액 낮춰 잡았는데
2020년 8462억 모금 역대 최다 기록
거리두기로 돌봄공백 등 복지 구멍
민간, 정부 정책 보완재 될 수 있어
예종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코로나19 시대 나눔과 민간기관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다 같이 힘들었지만,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사랑은 더 많이 모였습니다.”

예종석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은 지난 14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거듭 “국민들께 고맙다”고 말했다. 예 회장은 “코로나19로 워낙 어려워 기부모금이 제대로 될지 우려가 있어 모금액 목표도 낮춰 잡았지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며 “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나눠야 한다는 사랑의 발로”라고 말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기부금을 받아 3만여개 복지기관에 배분하는 기구다. 지난해 모금액은 코로나19가 8462억원으로, 역대 연간 최대액을 기록했다.

예 회장은 “코로나19 시대 나눔은 더 큰 의미를 가진다”며 새로 생겨난 복지사각지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돌봄 공백의 문제를 지적했다. 복지시설 대면서비스가 감염 위험으로 중단되면서 취약계층이 어려움에 처한 것이다. 노인정을 가지 못하게 된 노인, 등교 제한으로 학대와 방임 위험에 놓인 아동, 활동지원이 끊긴 장애인 등이 그 예다. 예 회장은 “혼자 사는 한 할머니는 일주일에 4번 복지관에서 동년배 어르신과 대화하는 게 낙이었는데, 복지관이 문을 닫자 혼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며 우울증이 왔다”며 “사랑의열매 가정방문 서비스로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가 일주일에 두 번씩 할머니댁을 방문해 돌봐드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올해도 숨겨진 코로나19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은 계속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최근 ‘사회백신 프로젝트’를 수행할 6개 기관도 선정했다. 코로나19로 원활한 병원 이용이 어려운 환자들, 장애인야학, 이주민 등이 지원을 받게 됐다. 예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사회는 많이 변할 것이고, 이전에 없던 문제들도 등장할 것”이라며 “새로운 복지 수요처를 찾아 작은 규모나마 시험적으로 치유하는 노력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령화는 복지사업이 직면한 또 하나의 큰 파도다. 예 회장은 “고령화는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인구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지원이 필요한 계층 증가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 14일 전북 사랑의열매에 배분 지원금을 전달한 것도 고령화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예 회장은 “그 지역에서 모금하면, 그 지역에 배분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역에서 충분히 모금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 중앙에서 지원해 지역복지 균형을 추진한다”며 “전남의 경우 도서가 2000개가 넘고, 고령화로 돌봄 수요가 높은 곳”이라고 말했다.
예 회장은 갈수록 나눔에 있어 민간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 변화로 새로운 복지 구멍이 계속 생기고, 이를 메우는 데 정부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 회장은 “정부는 예산 편성 등 몸이 무거워 새로운 복지수요가 등장하면 바로 혜택을 주기 어려운 구조”라며 “몸이 가벼운 민간이 정부 복지정책의 보완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용은 좋으나 자금이 부족한 사업에 모금액을 배분하려고 하고 있다”며 “심장이 미세혈관에 피를 공급하는 것처럼 사회 곳곳에 온기를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개인과 기업들의 온정이 뒷받침돼야 하는 일이다. 예 회장은 개인 소액 정기기부가 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바람직한 기부문화는 ‘티끌 모아 태산’이 돼야 한다고 했다. 예 회장은 “어르신이 평생 모은 돈을 기부한다는 소식이 종종 전해지는데, 실상 그 돈이 어떻게 보탬이 되는지 모르고 돌아가시곤 해 안타깝다”며 “젊어서부터 소액이라도 기부하고, 감시하며 보람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내 1호 음식문화평론가로도 잘 알려진 예 회장에게 나눔을 음식에 비유하면 어떤 음식일지 물었다. 예 회장의 답은 ‘어복쟁반’이었다. 어복쟁반은 평안도 지역 음식으로, 물고기 배처럼 둥근 그릇에 고기편육, 채소 등을 담아 뜨거운 육수를 부어가며 먹는 음식이다. 그는 “어복쟁반은 상인들이 화해하거나 타협할 일이 생기면 먹었던 음식”이라며 “상대방이 국물을 먹으려고 하면 쟁반을 기울여주고, 다시 상대방이 국물을 뜰 수 있게 기울여줬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예 회장은 “따뜻한 국물을 나누는 마음처럼 어려움 같이 이겨내는 상생과 연대의식이 필요한 때”라며 “더불어 살고, 상부상조하는 나눔 정신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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