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칼럼] 방역은 끝까지 전문가에 맡기라

박선호 2021. 4. 2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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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호 편집국장
박선호 편집국장

"코로나 백신 접종, 반드시 계획대로 완료할 수 있습니다. 정부를 믿어주세요."

최근 이어지는 정부의 호소다. 최근 코로나 백신 접종상황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커지면서 정부가 나선 것이다. 조급한 정부가 24일 "화이자 백신을 추가 계약했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그저 '피식' 웃음이 나온다. '국민이 듣고 싶은 건 추가계약 소식보다 계약에 따라 백신이 공급된다는 소식일터인데…'

이런 생각에 떠오른 건 얼마 전 부동산 정책을 내놓던 정부의 모습이다. "이번엔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무려 25번이었다. 같은 말이 되풀이 됐지만 매번 거짓으로 드러났다. 대출규제에서 증세까지 '투기'라는 파리를 잡기 위해 수요억제를 위한 규제의 대포를 쏴댔지만 포연이 걷히고 나면 집값, 전셋값 상승이라는 부작용만 남았다.

전셋값을 함부로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세칭 '임대차 3법'을 내놓았지만 유래 없는 가격상승에 세입자가 쫓겨나는 부작용까지 나왔다. 사실 현 정부가 약자를 보호하겠다고 내놓은 법안이 오히려 약자를 괴롭히는 '적득기반'(適得其反, 의도와 반대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뜻)의 효과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 정권의 야심찬 첫 정책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이 좋은 예다. 소주성의 대표적인 정책이 연이은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다. 편의점, 식당 등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아예 문을 닫거나 수익을 맞추기 위해 고용을 포기해야 했다. 주경야독의 대학 취업준비생들이 거리로 내몰렸다. 분노의 '이남자'(20대 남성)는 이렇게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의 '내로남불'이 불을 질렀지만, 이남자 분노의 뿌리는 일자리 상실에 있다.

그런 정부를 살린 게 아이러니컬하게도 코로나19라는 평이 나온다. 코로나 팬데믹은 소주성의 실패 책임을 희석시켰다. 그렇다고 코로나가 현 정권의 무능을 완전히 감춘 것도 아니다. 경제사회 모든 분야의 정책결정을 정치논리로만 하면서 '적득기반'의 효과만 냈다. '주 52시간' 도입부터 최근 '공정경제 3법'까지 현 정권이 쏟아낸 정치적 미명(美名)의 법안들에 대해 재계가 붙힌 이름은 간단하다. '반기업법'이다. 한 마디로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각종 규제를 내놓으면서 역대 최대의 재정을 동원한 '디지털뉴딜'을 하라는 건 발목을 잡고 달리라고 하는 꼴이다. 기업은 넘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한 재계 인사의 평이다.

내치가 이러니, 외치는 말할 것도 없다. 비핵화를 외치면서 북한에게는 시간을 줘 핵무기를 최종 완성하게 했다. 북한을 비롯한 각국이 자국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서만 움직이는데 한국은 기후변화, 세계평화 등의 보편적 가치를 위해 기꺼이 손실을 감내한다. 안타깝게도 중국도, 북한도 한국의 손실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기뻐할 가능성이 오히려 더크다. 미국의 백신 정책도 마찬가지다. 미국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결정되지,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 대승적 희생을 하지는 않는다.

현 정부의 이런 생각, 이런 판단들에 그나마 잘해왔다던 'K-방역'마저 흔들리고 있다. 사실 그동안 K-방역의 성공은 앞서 언급한 현 정권의 여러 정책들과 다른 특이점이 하나가 있다. '모든 것의 정치화'라는 현 정권의 악습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논리보다 전문 인력들이 나서 판단하고 결정했다. 중국발 입국에 대한 봉쇄, 공적 마스크 도입 등에서 정치적 판단이 있어 그 때마다 혼란이 오기도 했지만 그 것을 극복한 것도 K-방역 현장의 전문인력들의 노력과 아이디어 덕이었다. 그 전문인력의 봉사 덕에 K-방역은 지금도 세계 어느 곳보다 낮은 코로나 치사율을 기록하고 신규 확진자 수를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조만간 대선 앞둔 현 정권이 그나마 내세울게 있다면 그건 K-방역이 유일하다 싶다.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최근 K-방역의 정치적 활용이 늘고, 정치적 간섭이 늘면서 백신접종 등에서 연이은 잡음이 나오고 있다. 여야의 정치적 공방이 늘면서 국민 불안만 커지고 있다. 정치권은 '방역은 국민의 건강, 생명의 문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정부에도 당부하고 싶다. "K-방역의 신화를 지키고 싶은가. 그럼 맡겨라. 백신 도입부터 모든 것에서 정치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정치적 동지의 말보다 전문가의 말을 들으라!"

박선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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