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후보자 수사심의위 신청은 모순" "정치적 수단 전락"

이창훈 2021. 4. 2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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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도입 논의가 본격화된 건 2017년 8월이다.

당시 문 전 총장은 투명한 수사와 검찰에 대한 외부 통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수심위를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특히 '김학의 출금'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 회의를 앞두고 수심위 개최를 요청하면서 기소 지연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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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수사심의위 제도 변질 목소리
이성윤 지검장 요청에 일정 조율
29일 후보추천위 전 열릴지 주목
추천 후 개최 땐 檢 기소 부담 커
檢내부 "지검장 檢수사 불신" 지적
"권고 아닌 법적 효력 명시했어야"
법조계 일각선 제도 폐지도 주장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기. 연합뉴스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수사 결정 전 과정을 있는 그대로 내보인다는 자세로 투명한 검찰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문무일 전 검찰총장)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도입 논의가 본격화된 건 2017년 8월이다. 당시 문 전 총장은 투명한 수사와 검찰에 대한 외부 통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수심위를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검찰은 이듬해부터 수심위를 운영했고, 삼성 부당합병 의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 의혹,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등 주요사건에서 검찰과 피의자 측이 수심위 위원들 앞에서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수심위 운영이 4년째로 접어들면서 비전문성·정치도구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심위는 기소 전 일반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정을 내려도 구속력이 없는 데다 기소 전 여론몰이로 검찰의 수사 독립성을 오히려 흔드는 단점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김학의 출금’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 회의를 앞두고 수심위 개최를 요청하면서 기소 지연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이 지검장이 요청한 수심위 개최를 위해 외부 위원들을 접촉하며 날짜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검사의 수심위 신청은 채널A 검언유착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에 이은 두 번째 사례다. 오인서 수원고검장이 신속한 소집을 요청한 만큼 오는 29일 예정된 총장 추천위에 앞서 열릴지가 관심사다. 총장 후보자 추천 후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는 인사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선 때문에 검찰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차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내부에서는 현직 검사장이자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자인 이 지검장이 수심위를 신청한 것은 ‘모순’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피의자 신분임에도 검찰 기소 전 외부 평가를 받겠다는 것은 검사장인 이 지검장이 정작 제 식구인 검찰 수사를 불신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여론의 힘 또는 위원들의 판단을 빌려 기소 혹은 불기소 결정을 관철하려고 할 때 수심위 개최를 고민하게 된다”며 “총장이 되려는 사람이 수심위 판단을 받겠다는 판단은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2017년 수심위 도입을 권고한 대검 검찰개혁위원회에 참여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수심위 폐지를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 검찰과 대검 검찰개혁위원회도 한번 해보자는 의견이 다수였기 때문에 결국 동의를 했지만 결과는 지금 목격하고 있는 바와 같다”며 ”수사기록과 증거도 보지 않고, 피의자와 참고인 조사를 직접 하지 않은 외부인이 혐의 여부와 수사 계속 여부 등에 관한 의견을 낸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는 전심전력을 다 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수사하고 그 결과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수심위에는 법조인뿐 아니라 언론계·시민단체 등도 참여한다.

동국대 김상겸 교수(법학과)는 법률이 아닌 검찰 내 행정규칙에 근거한 수심위 제도가 지닌 태생적인 한계로 제도가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말 수심위가 필요했다면 검찰과 정부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정식 기구로 만들어서 수심위 결정이 지니는 법적인 효력을 명시했어야 했다”며 “수사의 투명성과 외부 통제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수심위는 검찰도 피의자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수단이 됐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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