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나를 따르라"는 美 바이든에..중·러 "내가 왜?"

김정남 2021. 4. 2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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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도 40개국 기후정상회의 개막
"역사적 회의" 바이든, 기후 정책 주도 의지
온실가스 배출 2위 미국, 2050 탄소중립 제시
한국 등 추가 상향한 감축 목표치 내며 화답
옐런 "기후변화 공시 국제표준 추진할 것"
정작 주요 배출국 중·러는 진전된 목표 없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40개국 정상을 초청해 화상으로 개최한 기후정상회의 첫날 개막 연설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기후정상회의가 이틀 일정을 끝내고 막을 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에 38개국 정상 등 40명의 국가 수반급 인사들을 불러모아 기후 변화 위기를 주도적으로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다수의 나라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에 화답해 진전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내놨다.

다만 정작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과 러시아는 진전된 새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기후변화 대응을 미국이 주도하는 데 대한 경계감마저 드러냈다. 향후에도 기후변화 대응이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되찾을 수 있을지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후변화 대응 주도 의지 드러낸 바이든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정상회의 폐막일인 23일(현지시간) 연설을 통해 “역사적인 회의였다”며 “이틀간 우리는 몇몇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기후 변화 위기 대응을 위한 전세계의 노력을 미국이 주도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로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변화 협약에 올해 1월 취임하자마자 재가입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기후 변화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피력한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38개국 정상들과 우르줄라 폰데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40명이 초청 받았다. 이번 회의에서 나온 공감대를 바탕으로 오는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향후 10년 새로운 목표를 채택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번에 새로운 목표치를 앞장서서 내놓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지난 2005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

백악관에 따르면 감축 목표 수준은 50~52% 정도다. 미국은 동시에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net-zero carbon emissions)인 탄소 중립 목표까지 제시했다. 미국은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그는 “기후 변화는 국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이번 정상회의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경제 대국들 사이에서 단합된 노력을 향한 첫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배출국 1위인 중국과 3위 인도, 4위 러시아 등의 협력을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또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한국 등이 진전된 목표치를 내놓은데 대해 환영의 뜻을 표했다. 폰데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추가 상향해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지난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4.4% 감축한다는 목표를 유엔에 제출했는데, 그 기준을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실무 차원에서도 글로벌 리더십 되찾기에 나섰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기후정상회의 하루 전인 지난 21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지속가능 금융 서밋에 나와 “기후 변화와 관련한 (투자 관련) 공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른 국제기구들과 협력해 일관된 기후 변화 공시 요건을 만들어 나라별로 비교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기후 변화 드라이브를 사실상 총괄하고 있는 인사다.

정작 중·러는 새 목표 제시 안 해

다만 주요 배출국인 중국, 러시아는 정작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2위 배출국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경제대국들이) 솔선수범하자”며 파격적인 목표치를 제시했음에도 이들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미국이 기후변화 위기 대응을 주도하는데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함께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도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다시 한번 상기하는 수준에 그쳤다. 새로운 목표치는 없었다.

시 주석은 특히 다자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유엔을 핵심으로 한 국제 체계를 수호하는 가운데 유엔 기후변화협약을 준수하고 2030년까지의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실천에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주도의 분위기에 불편함을 드러낸 듯한 발언으로 읽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제 협력을 위한 법적인 틀이 이미 마련돼 있다”며 유엔 체제에서 이뤄진 파리기후협약, 기후변화협약(UNFCCC), 교토의정서 등의 이행을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 주도의 기후변화 대응에 냉소적인 중국과 러시아 등까지 아우를 수 있는지에 따라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 회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란 진단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중국, 러시아 등과도 기후 문제만큼은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은 얼마나 많은 감축 약속이 이행되느냐가 성공의 지표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며 “이번 회담은 빛을 발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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