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나무를 예술로..韓·獨 동갑내기 통했다

전지현 2021. 4. 2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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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활동한 두 작가
PKM갤러리서 개인전 열어
비바람에 부러진 나뭇가지
영원한 생명 선물하고
소멸마저 잠시 붙들어
나뭇가지를 의자와 설치 작품으로 만든 독일 작가 가브리엘 봄스타인 전시 전경.
비바람에 부러진 나뭇가지는 서서히 썩어 흙으로 돌아간다.

47세 동갑내기 설치미술가 구현모와 독일 작가 가브리엘 봄스타인은 버려진 나뭇가지의 소멸을 늦추는 작업을 한다. 구현모는 황동을 입혀 영원히 부서지지 않는 시간을 선물하며, 봄스타인은 의자 형태로 만들어 나뭇가지의 소멸을 잠시 붙들어둔다.

같은 소재로 작업하는 두 작가가 서울 PKM갤러리에서 각각 개인전을 동시에 펼쳤다. 본관에서는 봄스타인 전시 '라이프(LIFE)'가 개최되고, 신관에서는 구현모 전시 '리셈블(resemble)'이 열렸다.

나뭇가지와 둥치를 그대로 활용하거나 황동으로 정밀 주조한 구현모 작품들.
나무에 새로운 생명과 시간, 의미를 부여하지만 두 작가의 작업은 사뭇 다르다. 구현모는 황동으로 정밀주조한 나뭇가지와 솔방울을 진짜 나뭇가지와 뒤섞은 모빌 작품 '숲'으로 인공과 자연, 실재와 허구 경계를 질문한다. 어떤게 가짜인지 가려내기 쉽지 않다. 자연과 인공이 서로 닮아가는 현상을 보여주기 위해 비슷하다는 뜻을 지닌 리셈블(resemble)을 전시 주제로 정했다.
구현모 작가 전시.
전시장에서 만난 구현모는 "사람이 자연을 변형하면 인공이 되고, 인공 또한 자연의 산물이다. 그 경계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가구와 예술의 경계에 대한 질문도 새롭게 제기한다. 모과나무 둥치로 제작한 탁자들이 전시장에 놓여 있다. 뿌리 일부를 황동으로 만들어 진짜 나무와 결합하거나 밑동 전체를 황동으로 캐스팅하기도 했다. 가구라고는 하지만 그 위에 감히 물건을 얹을 생각이 안드는 예술 작품으로 다가온다.

구현모 전시 전경.
작가는 "대학 시절 무엇이 가구와 순수 예술의 운명을 결정하는지 밤새 토론하기도 했다. 두 개념 사이를 오가면 두 개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나무로 꽃과 달 형태를 만든 작품은 사물의 경계를 넘나든다. 벽에 걸린 나뭇가지 그림자가 서정적인 수묵화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작가는 "나뭇가지가 뻗어나가는 형태가 공간을 품고 있어 끌렸다"며 "가는 나무가 툭툭 끊어져 황동 정밀주조로 인공적 부활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홍익대 도예과와 드레스덴 예술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작가는 2009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미술상을 수상했다.

가브리엘 봄스타인 전시.
봄스타인이 나뭇가지로 만든 'Skeletal Chair(해골 의자)'는 앉으면 부서질 것 같다. 정착제와 광택제를 바르고 나사로 연결해 잠시 의자 형태로 붙잡아뒀을 뿐이다. 그의 조형 언어는 찰나, 허무, 무상함이다. 곧 사라지는 일시적 재료로 작업해 인생의 덧없음을 보여준다. 폭발적으로 등장했다가 사그라지는 역사 속 미술 운동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전시장에서 영상으로 연결한 봄스타인은 "1990년대 대학시절 당시 유행하던 포스트 모던이 차갑게 느껴져 새롭게 감정을 더할 수 있는 재료를 찾다가 나뭇가지를 발견했다"며 "1960년대 초라한 재료로 작업한 이탈리아 아르테 포베라 운동과 기하학적 형태를 만드는 1980년대 미국 네오지오 운동에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독일 작가 가브리엘 봄스타인 전시.
그는 굉장히 많은 정보를 쏟아내고 버려진 신문도 재활용한다. 그 위에 오스트리아 화가 에곤 쉴레의 유약한 몸을 그려넣어 죽음을 환기한다. 최근에는 위기에 처한 동물들과 시들기 직전 찰나의 아름다움을 지닌 꽃을 그리기도 한다. 검은색 물감이 번져 수묵화처럼 느껴지는 작품들이 걸려 있다. 이번 전시 주제 'LIFE'와 'Information(정보)'을 그린 작품도 눈에 띈다.

봄스타인은 칼스루헤 미술대 출신으로 함부르크 미술관, 독일 연방은행, 뮌스터 문화센터, 딜링겐 예술협회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전시는 5월 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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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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