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새 1000배 뛴 코인..가격도 물량도 모르는 '깜깜이' 상장

윤원섭,최예빈,이새하 2021. 4. 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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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상장된 가상화폐 '아로와나토큰'. 상장 후 30분 만에 무려 10만% 급등했다. 주식시장이었다면 '이상 거래'로 지목돼 상장과 관련한 다양한 조사를 받았겠지만 가상화폐는 관련 규제가 없기 때문에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다.

매일경제 취재 결과 아로와나토큰은 상장 직전 백서(코인 발행 사업계획서)가 수정됐고 여기에서 주요 인물이 바뀌었다. 투자자들은 코인 공급량 등을 발행 회사에 문의해도 답을 듣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에 아로와나토큰과 같은 '깜깜이' 상장 주의보가 내려졌다. 25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가상화폐 상장은 현재 관련 규정이 없어 상장 가격과 발행 물량, 공시 등 모든 사항을 코인을 발행하는 재단이 마음대로 결정하고 있다. 상장 심사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맡고 있는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공통된 법이나 규정,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코인 발행사 측이 정한 코인 가격이나 분배 등을 거래소가 일일이 문제 삼아 상장을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가상화폐가 사실상 금융상품으로 투자되고 있지만 규제가 없는 틈을 타서 피해가 우려되자 정치권에서 뒤늦게 규제 마련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내부에 가상화폐 대응을 위한 별도 기구를 마련하기로 했다. 일부 여당 의원은 내년으로 예정된 가상화폐 수익에 대한 과세를 유보하는 방안도 제기했다.

[윤원섭 기자 / 최예빈 기자]

투기판 되어가는 코인 상장…작전세력, '전주' 모아 시세조종

가상화폐 상장 관련 규제 없어
발행업체가 가격·물량 등 정해
깜깜이 상장으로 투자자 불안

상장 후 1000배 오른 아로와나
공시 직전 핵심팀원 바뀌기도

無규제로 거래소 심의기능 한계
작전세력 손놓고 수수료만 챙겨
"'전주(사업 밑천을 대는 사람)'가 없는 코인은 성공할 수 없어요. 재단(가상화폐를 발행하는 업체)이 가장 먼저 하는 게 작전할 전주를 모으는 겁니다."

50대 사업가 A씨는 2017~2018년 첫 번째 가상화폐 광풍이 불던 시절부터 코인판에 있었다. 그는 코인시장에서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이른바 '작전'을 펼칠 수 있다고 했다. 미리 전주를 모아 코인 상장 직후 이를 사게 하고, 이후 가격을 올려 개미를 모은 뒤 고점에서 팔고 나가는 방식이다.

A씨는 "대형 거래소에서 작전을 하려면 최소 100억~200억원이 필요해 재단 혼자서는 쉽지 않아 전주를 모은다"며 "상장하자마자 수십~수백 % 오르는 코인은 무조건 작전 세력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을 앞두고 최근 작전 세력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거래소는 오는 9월 24일까지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제도권에 들어가기 전 한탕을 노린 세력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가상화폐는 주식과 달리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다. 현재 규제가 없어 상장 가격과 발행 물량, 공시 등도 코인을 발행하는 재단이 마음대로 한다. 사실상 '깜깜이' 상장이기 때문에 투자자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가상화폐를 상장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거래소가 재단 대신 코인을 팔아주는 '거래소공개(IEO)'와 거래소에 곧바로 상장하는 '직상장'이다. 직상장은 대기업이나 투자금이 많은 스타트업이 주로 한다. 코인 물량을 모두 업체가 갖고 있다가 상장한 뒤 시중에 물량을 풀기 시작한다. 상장을 위해 다수 투자자를 모집하는 '가상화폐공개(ICO)'는 해외에서는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금지됐다.

재단의 목표는 업비트나 빗썸 등 대형 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이다. 현재 가상화폐거래소는 어림잡아 200여 개에 달한다. 하지만 은행과 실명확인 계좌 계약을 맺은 거래소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곳에 불과하다. 4대 거래소와 다른 거래소들은 고객 수와 거래량에서 큰 차이가 나 재단들도 모두 4대 거래소 입성을 노린다. 하지만 인지도 없는 작은 업체들은 기술력이 아무리 좋아도 상장하기 쉽지 않다. 대형 거래소에 상장하겠다고 줄 서 있는 업체들이 수십, 수백 개에 이른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거래소는 재단이 코인 상장을 신청하면 자체 심의위원회를 통해 사업성, 재단 투명성 등을 확인한 뒤 상장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규제가 없어 거래소도 재단이 낸 프로젝트 백서(사업 계획)를 검토하는 것이 전부다. 사실상 재단이 코인의 상장 가격과 분배 물량 등을 마음대로 정하는 구조다. 최근 투자자들이 가격이 저렴한 이른바 '동전코인'을 찾는 경향이 있어 상장가를 최대한 낮추는 게 유행일 정도다. 공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투자자들은 정보를 얻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상장 뒤 30분 만에 10만% 급등해 논란이 됐던 아로와나토큰은 빗썸 상장 공지 직전 백서에 포함된 주요 인물이 바뀌기도 했다. 기존에는 박진홍 엑스탁 대표 등 엑스탁 소속 사람들이 있었는데 수정본에서는 모두 빠졌다.

2018년 코인빗 등에 상장했던 엑스탁 코인은 지난해 말 상장폐지돼 실패한 프로젝트로 불린다. 프로젝트 최고경영자(CEO)는 윤성호 아로와나테크 대표인데 백서에 나와 있는 이력은 전혀 없다. 현재 시중에 공급된 코인 물량도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길이 없다. 투자자들이 아로와나 재단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코인 공급량을 물어도 대답이 없었다.

그나마 대형 거래소는 자체 상장심사위원회가 있지만 중소형 거래소 상장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다. 일부 거래소는 불법 다단계 방식으로 운영되는 코인들을 상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이 쉬운 만큼 상장 폐지되는 경우도 많다. 올 들어 4대 거래소에서만 약 20개 넘는 가상화폐가 상장 유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상장 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금융위원회 등록을 앞두고 상장돼 있는 코인을 대규모로 솎아낼 거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된 코인의 가치는 하락해 결국 투자자들 피해로 돌아온다.

허술한 기준 때문에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온갖 브로커들이 숨어 있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전주를 연결시켜주는 브로커다. 브로커는 전국에 있는 자산가들을 재단과 연결시켜준다. 기술을 개발하고 상장까지 하는 데 최소 10억원 정도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좋은 그래프(상장 후 가격이 우상향하는 것)'를 그려주는 컨설팅 업체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 직후 가격이 급등해 기존 홀더(주주)가 물량을 팔면 급락할 수밖에 없다"며 "그래프가 자연스럽게 우상향할 수 있도록 재단이 코인 물량을 조정하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했다.

규제 사각지대 속에서 거래소는 하루에만 수수료로 100억원 넘는 돈을 챙긴다. '상장수수료(상장피)는 없다'는 게 거래소들의 공식 입장이지만 업계 사람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혹여나 문제가 생길까 봐 거래소에 직접 돈을 내지 않더라도 브로커를 통해 건네준다는 의미다.

상장피로는 적게는 5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 상당 비트코인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거래소가 재단에 마케팅 일환인 '에어드롭(코인 무료 제공)'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한 달 수익률이 두 자릿수인 비트코인과 달리 거래소도 잘하면 수백~수천 % 수익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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