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 '도심항공 동맹' KAI·LIG와 손 잡는다

이유섭 2021. 4. 25. 17: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IG넥스원이 탑재체 개발
KAI 수직이착륙 기술 공유
현대차가 협력 제안서 보내

현대자동차그룹이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국형 도심항공교통(UAM) 시장 조성을 위한 기술·인프라스트럭처 협력을 추진한다.

한화와 UAM 생태계 구축을 경쟁 중인 현대차그룹이 다른 두 방산업체와 손잡는 모양새다. 최종 성사 시 자동차업체와 방산업체 간 첫 'UAM 동맹'이 된다. 25일 자동차업계와 방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달 초 LIG넥스원과 KAI에 세 회사 간 전략적 협력 방안을 담은 제안서(RFP)를 보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직은 초기 검토 단계지만, 세 회사 모두 협력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성사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기업 간 소모적 경쟁을 최소화하는 한편 이를 통해 한국형 UAM 기술 개발 시기를 앞당기고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높이자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세 회사 간 기술·인프라 협력이 이뤄질 경우 현대차그룹 UAM사업부가 컨트롤타워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LIG넥스원은 탑재체를 개발하고 항전시스템 통합 및 지상통제시스템 구축을 맡는다. KAI는 수직 이착륙 등 항공 관련 기술 등을 현대차와 공유하고, 비행체를 개발함과 동시에 지상·비행 시험을 통한 실증 검증까지 맡는다.

■ <용어 설명>

▷ 도심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 : 미래 스마트시티의 교통서비스 체계.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개인용비행체가 이동수단이어서 지상 교통 혼잡을 해결할 대안으로 꼽힌다.

현대차, 1조4천억弗 도심항공 시장 선점 속도…한화와 경쟁

'UAM 3각동맹' 의미는

생태계 조성 '기술 퍼즐' 맞춰
방산 2社도 신성장 기회 얻어

인재영입 분야선 현대차 우위
한화시스템은 상용화 속도전

"UAM시장 연평균 30% 성장"
한국형 도심항공교통(UAM) 기술·인프라스트럭처 협력을 위한 현대자동차그룹·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산업(KAI) 간 3자 동맹 체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동맹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UAM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퍼즐이 맞춰졌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국내 UAM 시장 조성 단계에서 핵심 플레이어 역할을 해온 건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그룹과 방위산업체인 한화(한화시스템)였다. 두 회사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비행체(기체 설계 및 양산·항공 부품·배터리) △인프라(건축·건설·전력·도심 개발) △서비스(운항·통신·금융) 부문 간 유기적 결합을 목표로 여러 관련 기관과 경쟁적으로 업무협력(MOU)을 맺어왔다. 현대차그룹은 KT(통신), 현대건설(인프라), 인천국제공항공사(인프라), 항공안전기술원(연구개발), 한국항공대(연구개발), 수출입은행(금융) 등과 손을 잡았다. 이에 맞서 한화시스템은 SK텔레콤(통신), 한국공항공사(인프라), 한국교통연구원(연구개발) 등과 한배를 타는 등 각자의 '드림팀'을 꾸려왔다.

인재 영입 경쟁도 전개됐는데, 자금력을 앞세운 현대차 쪽 영입 리스트 면면이 화려하다. 2019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최고위직을 역임한 신재원 UAM 사업부장(사장)을 시작으로 항공우주산업 스타트업 회사 '오프너' 최고경영자(CEO) 출신 벤 다이어친을 UAM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하고, 이지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부교수를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한화시스템은 세계적인 항공기 엔진 제조사 영국 롤스로이스 출신 김석균 상무를 영입해 UAM 사업을 맡긴 상태다.

글로벌 기업과 협업도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영국 모빌리티 업체 '어번에어포트' 메인 파트너사로서 올해 말 영국 코번트리 지역 내 플라잉카 전용 공항인 '에어원' 건설에 참여한다. 한화시스템은 2019년부터 미국 '오버에어'와 함께 에어모빌리티 기체인 '버터플라이'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미국에서 기체의 핵심인 전기추진시스템을 테스트할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UAM 생태계 조성 경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두 방산업체에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LIG넥스원과 KAI는 방산업체로 분류되지만, 현대차가 원하는 건 두 회사의 '항공 기술'이다. 자동차를 굴리는 게 아니라 날려야 하기 때문이다. LIG넥스원은 항공전자 체계 설계와 비행 제어 등의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KAI는 수직 이착륙 및 비행체 개발 노하우를 갖고 있다. 방산 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기 어려웠던 LIG넥스원과 KAI 입장에선 현대차그룹이라는 든든한 파트너가 생기는 셈이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기술 수출입 규제에 대한 대응 의미도 있다.

반면 항공·위성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한화시스템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방산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게다가 최근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직접 회사의 우주 비즈니스를 이끌면서 UAM 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위성에 무게중심을 둔 우주·항공 기술은 사실상 UAM 기술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과 한화 간 UAM 생태계 구축 경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시제품 상용화 시점을 놓고는 양측 간 온도차가 감지된다. 현대차는 2025년께 시제품을 선보인다 해도 실질적인 상용화 성공 모델 출시 시기를 일러야 2035년 무렵으로 보고 있다. 최소 2030년까지는 생태계를 움직일 실질적 기술과 인프라가 성숙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한화시스템은 2024년까지 기체 개발을 마치고 2025년부터 양산 및 시범 운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편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UAM 시장이 지난해 70억달러에서 2040년이면 무려 1조474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이 30.7%에 이르는 초고속 성장을 전망한 것이다. 또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2030년이면 전 세계 UAM 이용자가 1200만명에 이르고, 2050년이면 무려 4억4500만명이 UAM 승객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협력 추진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UAM 분야에서 다양한 업체와의 제휴 기회를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방산 등의 분야와 UAM 관련 협업이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이유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