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보호가 손실보상? 가상자산 아직 이해 못한 금융당국

파이낸셜뉴스 2021. 4. 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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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보호 정책 마련 요구에
손실보상 개념으로 접근 '뭇매'
업계 "미래산업으로 인정하고
건전한 환경 만들어 달라는 것"
여권서도 "21세기판 쇄국정책"
코인베이스 나스닥 상장 언급
"선진국과 동떨어진 인식" 지적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강경발언이 나온 이후 투자자들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까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비트코인이 6000만원 선 아래로 떨어진 지난 23일 한 투자자가 가상자산 가격을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강경발언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은성수 위원장이 지난 22일 "가상자산은 내재가치가 없고 투기성이 강한 자산으로, 투자 손실이 났다고 정부가 보호해줘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입장을 밝힌 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물론 정치권 인사들까지 나서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에선 정부가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투자손실 보장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정부의 오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등 관련 기업들이 사업 과정에서 투자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시장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행위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는게 투자자 보호 정책인데, 은성수 위원장이 잘못 짚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금융 당국이 디지털자산 워킹그룹을 설치하고, 가상자산의 정의와 규제 권한 설정, 투자자 보호 정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금융당국이 글로벌 시장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금융수장 발언에 투자자들 공분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자산 투자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정부가 관심을 갖고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히자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은성수 위원장의 발언을 비판하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은성수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진 뒤 22일과 23일 이틀새 4건의 청원이 게시돼 총 7만9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한 가상자산 이용자는 국민청원을 통해 "투자자 보호에는 발을 빼면서 세금만 부과하느냐"며,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는 선진국들의 사례를 제대로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당 인사들도 일제히 비판

여당 인사들도 잇따라 은성수 위원장의 발언에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3년전인 2018년초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가상자산 거래소 폐쇄' 방침을 복기하며 그��와 비교해 현재도 정부의 태도 변화가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2018년 정부 관료의 돌발적 발언으로 한국의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사업은 뒷걸음질 쳤다"며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나스닥 상장, 테슬라 및 위워크의 가상자산 결제 도입) 등 이제 전세계적으로 가상자산을 인정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만 이를 미래 먹거리로 활용하지 않고 투기 수단으로만 폄훼하는 것은 21세기판 쇄국정책이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가상자산 정책,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는 글을 통해 "올해 2월 기준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하는 이용자 수는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었다"며 "청년들의 요구는 가상자산 시장을 산업으로 인정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은성수 위원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불법행위 차단 △관련제도 정비 △미래산업의 측면에서 접근할 것 등 3대 정책틀을 제안했다. 그는 "가상자산 시장을 두고 국무조정실, 금융위, 기획재정부, 한국은행과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범정부적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자자 보호 정책, 협소하게 이해"

가상자산 업계는 지난 몇년간 금융당국에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고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가상자산 산업법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현행 특금법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의무만 규정할 뿐 가상자산 사업자의 영업행위를 규율하는 정책이 없어 일부 기업들의 비윤리적인 영업과정에서 투자자 피해를 구제할 수 없다는게 이유다.

업계에서는 이번 은성수 위원장의 발언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제도화 요구를 단순한 투자 손실 보상 차원으로 협소하게 이해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상자산 이용자 수가 굉장히 많은 상황에서, 주식시장 처럼 기업과 투자자가 공존할 수 있는 행위규범을 정해달라는게 업계의 의견인데, 정부가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정부의 인식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가상자산 산업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SEC와 CFTC가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와 가상자산 관리 등 관련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워킹그룹 구성이 의무화됐다. 이를 통해 이르면 내년 중 워킹그룹의 보고서가 공개될 예정이다. 싱가포르에선 지난해 1월부터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사업을 포함한 '지불 서비스 법(Payment Services Act, PSA)'이 시행 중이다. 싱가포르는 PSA를 통해 현지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기업들이 사업자 신고 후 사업을 합법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srk@fnnews.com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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