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개발 막으니..매년 4만가구 공급 막혔다

김태준,이축복 2021. 4. 2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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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내부 보고서 입수
박원순 전 시장 강력 규제로
정비사업 대상지 절반 해제
공급줄여 '집값 상승' 부메랑
서울시 직권해제 밀어붙이자
주민 "과도한 개입"곳곳 반발
사직2 주민들, 대법서 승소도
서울시 정비구역 해제 결정 이후 슬럼화가 가속화된 서울 종로구 사직 2구역. [한주형 기자]
서울시가 재개발 '대못 규제'로 지적받아온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기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 지수정비제 기준이 엄격해 신규 재개발구역 지정은 물론 해제지역 중 사업을 재추진하는 곳도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정비지수제란 주거정비지수를 항목별로 평가해 기준 이하가 되는 곳은 구역으로 지정하지 않는 제도다. 이 제도의 핵심인 '연면적 규제'로 인해 뉴타운 해제 지역에 신축 빌라가 일부 들어설 경우 주거정비지수가 대폭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과거 뉴타운 정책을 되살리기 위해 이를 폐지하는 수순에 돌입했다고 관측한다. 뉴타운을 재지정하기에 앞서 걸림돌을 제거하는 과정인 셈이다.

실제로 현재 서울의 공급난은 무분별한 뉴타운 해제가 기인한 바가 크다.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을 틀어막은 결과로 공급하지 못한 물량이 2019년부터 5년간 21만여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뉴타운을 해제시킨 곳들이다.

25일 이석주 서울시의회 의원에게서 받은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서울 내 해제 지역에서 5년간(2019~2023년) 공급할 수 있었던 물량은 연평균 4만2461가구였다. 이는 2019년 서울시의회에서 발주한 용역 결과다.

주택 공급 감소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2년부터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추진하던 곳 절반가량을 해제했기 때문이다.

2018년 서울연구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내 정비(예정)구역 686곳 중 393곳이 해제됐다. 해당 용역에서는 해제구역이 정상적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했다면 2020년 5만3847가구를 포함해 2021년 4만2970가구, 2022년에는 3만999가구가량 공급할 수 있었다고 내다봤다. 이는 통계상 추진위원회 단계부터 착공까지 약 7년 7개월, 구역 지정부터 착공까지 약 14년 걸리는 것을 감안한 계산이다.

서울시가 직권으로 해제한 정비구역은 전체 393곳 중 114곳으로 10건 중 3건에 달할 정도로 높아 개입이 과도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주민 결정으로 구역을 해제하려면 전체 토지 등 소유자 30% 이상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의 과도한 개입을 두고 대법원과 법제처에서 제동을 거는 사례까지 나와 논란을 빚었다. 재개발을 진행하던 종로구 사직2구역은 2012년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는데도 서울시는 역사·문화적 가치 보존이 필요하다며 2017년 정비구역을 직권해제했다.

이에 불복한 조합은 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후 서울시는 해제 기간이 변경된 조합원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개입에 나섰지만 2020년 법제처는 문제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 때문에 필요한 주택 수보다 적은 양이 지어지면서 집값이 올랐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내 인구를 유지하려면 매년 12만1000가구가량 신규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데 2016~2018년 신규 주택 공급량은 연평균 8만2000여 가구 수준에 그쳤다.

해당 용역은 "최근 4년간 연평균 신규 주택 공급량보다 3만가구 많은 추가 공급이 필요했다"며 "지나친 정비구역 해제나 과도한 규제 강화로 주택 공급이 부족한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연면적 기준이 폐지될 경우 일몰제가 적용된 뉴타운 해제 지역이 민간 개발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은평구 증산4구역은 2014년 추진위원회까지 구성했으나 조합 설립 동의율 75%를 기한 내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몰제를 적용해 2018년 해제를 결정하기도 했다. 그간 개발이 멈췄던 이곳 역시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지에 포함됐다.

서울시는 안전진단 기준 완화 추진, 정비지수제 폐지로 민간 재건축·재개발 정상화에 나서 주택 공급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도 재정비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태준 기자 /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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