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하면서도 처연한..첼로 세계로 초대합니다

오수현 2021. 4. 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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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김민지, 솔로곡 담은 첫 앨범 내놔
팬데믹 속 홀로된 현실을
3곡의 독주곡으로 위로
20세기 음악가 작품 선택
"늘 연주되는 작품 아닌
새 곡으로 매력 보여주고파"
코로나19로 인류는 홀로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실감하게 됐다. 코로나19는 음악계에도 많은 화두를 던졌다. 여러 연주자가 함께 모여 합주하는 게 쉽지 않게 됐고, 독주회 비중은 크게 늘었다. 무관중 랜선 음악회가 일반화됐다. 음악가들은 홀로됨이라는 주제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게 됐다.

첼리스트 김민지(42·서울대 교수)가 지난달 29일 팬데믹 한가운데에 놓인 인류를 향한 메시지를 담은 자신의 첫 앨범을 냈다. 음반에 담긴 4개 작품 중 3곡이 첼로 독주곡이다. 고독하면서도 처연한 울림 가운데 첼로 특유의 따뜻한 음색이 담긴 음반을 듣다 보면 마음 깊은 곳 상처가 치유되는 것 같은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눈을 감으면 유럽의 옛 성 높은 탑에 홀로 앉아 바람결에 들려오는 멜로디를 듣는 것만 같다. 지난 22일 서울대 음악대학에서 김민지를 만났다.

"이번 음반을 녹음할 때 대구 신천지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어요. 그전까진 이렇게 마스크 쓰고 살아갈 줄은 상상도 못했죠. 사람들이 방에 갇혀 지내는 현실이 홀로 독주곡을 연주하는 제 모습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음악가에게 고독은 피할 수 없는 감정이에요. 대부분 시간을 연습하며 보내는데 연습 시간은 오롯히 홀로되는 시간이죠."

하지만 홀로됨이란 음악가에겐 자유로움을 의미하기도 한다. 완전히 자신의 내면에 몰입하는 시간이다.

"무대에 혼자 있기 때문에 숨거나 기댈 곳이 없어요. 온전히 제가 생각하는 소리를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럽죠. 하지만 아무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다는 건 독주의 큰 장점이에요. 합주할 때는 다른 악기들과의 균형을 생각하며 표현과 음량을 조절해야 하죠. 독주는 이런 것 생각하지 않고 음색, 음량, 셈여림 모든 음악적 요소를 보다 폭넓은 범위에서 조절할 수 있어요."

이번 음반에는 △가스파르 카사도의 '독주 첼로를 위한 모음곡' △파울 힌데미트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 3번(작품번호 25)' △조반니 솔리마의 알로네 등 독주곡 3곡과 유일한 합주곡인 프리드리히 굴다의 '첼로와 윈드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 담겼다.

이번 작품은 모두 20세기에 탄생했다. 하지만 현대 첼로 독주곡이라고 하더라도 18세기 초 작곡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스페인의 전설적인 첼로 연주자 파블로 카살스(1876~1973)의 제자인 카사도 작품에선 유독 바흐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카살스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발굴해 평생 연구한 사람이에요. 카살스는 바흐의 기법과 스타일을 제자인 카사도에게 전수했죠. 20세기 작품인데도 바흐의 느낌이 난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어요. 바흐 이후 고전·낭만주의 시대 작곡가들은 첼로 독주곡을거의 쓰지 않았거든요. 바흐 이후 곧바로 20세기로 넘어온 거죠. 하지만 차이점도 분명 존재해요. 바흐 작품이 보편적인 느낌이라면 카사도 곡에선 강렬한 스페인의 정취가 느껴지죠."

김민지는 이번 첫 음반에 상당한 비용(?)도 들였다.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저작자 사후 70년까지 보호된다. 따라서 다른 연주자들처럼 하이든, 슈만, 드보르자크의 유명 첼로 작품으로 음반을 만들었다면 저작권 비용은 제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택한 4명의 작곡가 모두 저작권 보호를 받고 있어 1000만원이 넘는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했다.

"사실 저도 옛 유명 작품으로 음반을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만약 그렇게 했다면 이미 수없이 나와 있는 첼로 앨범 중 하나가 됐겠죠. 다른 음반과 차별화하고 부각시킬 수 있는 음반을 만들고 싶었어요. 첼로 레퍼토리는 피아노, 바이올린에 비해 너무 적어요. 좋은 새로운 곡을 발굴하고 소개해 또 다른 첼로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어요."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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