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원유' 잡아라".. 통신·금융사 잇단 합종연횡 왜?
통신회사들이 기업 생태계는 물론 나라 경제의 성패를 가를 데이터 확보를 위해 금융회사들과 광폭의 '합종연횡'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정부가 한국판 '디지털 뉴딜'의 핵심인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를 위한 민간 데이터 댐 구축에 앞장서 나선 데다 오는 8월로 예정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행이 다가오면서 '데이터 동맹'을 통한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선 것이다.
2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 23일 하나금융그룹과 디지털 금융 상품 공동 개발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LG유플러스의 공식 온라인몰 '유샵(U+Shop) 서비스와 하나카드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등의 금융 상품을 결합해 디지털 기반의 차별화된 상품 개발 및 마케팅을 공동 진행한다. 다음달 3일 유샵 전용 제휴카드 'U+Family 하나카드(가칭)를 출시해 통신요금 자동이체를 등록하는 고객은 통신비를 25%를 청구할인해 준다. 두 회사는 상반기 제휴 적금과 입출금 통장, 통신과 주식·펀드 연계 서비스도 선보인다.
LG유플러스는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신한은행, CJ올리브네트웍스와 '마이데이터 공동 프로젝트' 업무협약을 맺었다. 업계에선 LG유플러스와 하나금융의 제휴가 중장기적으로 데이터 사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통신 금융 유통 등 민간 데이터를 수집·결합하고, 분석·유통 작업을 거쳐 새로운 서비스와 가치를 만들어 내는 시대가 열리고 있어서다.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쓰임새가 무궁무진한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21세기 원유'로까지 불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산업 시장 규모는 2019년 16조8582억원에서 지난해 19조2736억원으로 커졌다. 2023년에는 3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환경도 구축된 상태다. 지난해 8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된 데 이어 은행, 보험, 카드 등 금융사는 물론 관공서, 병원 등에 흩어져 있던 개인신용정보 데이터를 한 데 모아 신용관리, 자산관리, 건강관리 등 개인 생활에 적극 활용하는 '마이데이터'가 8월부터 시작된다.
SK텔레콤과 KT도 이종(異種) 데이터 확보를 위한 보폭을 넓히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월 신한카드, 코리아크레딧뷰로(KCB), GS리테일, 부동산114 등 데이터 사업자들과 '민간 데이터 댐' 구축을 위한 데이터 얼라이언스(Data Alliance)를 결성했다. 데이터 댐 구축을 위한 민간 기업들의 동맹으론 국내 최초다. 예컨대, SK텔레콤 지오비전의 유동인구 데이터와 신한카드 소비 정보 등을 가명 정보화로 비식별 결합해 안전하고 고도화된 데이터 상품을 만들고 각 채널에서 효과적인 타깃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BC카드와 케이뱅크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는 KT는 우리금융그룹과 손잡았다. 지난해 8월 우리금융과 전략적 제휴 협약을 맺고 빅데이터 기반의 금융 디지털 전환(DT), 금융 AI(인공지능) 인력육성과 함께 데이터 활용 공동 신사업 등에서 '디지털 동맹'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양사가 보유한 2000만 통신·금융 데이터로 최적화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개발하고 조인트벤처(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최근 핀테크인 뱅크샐러드 지분 투자에 나선 것도 데이터 활용을 위한 플랫폼 확보를 위한 전략적 행보로 파악된다. 뱅크샐러드는 지난 1월 마이데이터 사업을 허가받았다.
한 통신회사 관계자는 "데이터 경제 시대의 성패는 영역 경계를 허무는 빅데이터 통합 플랫폼의 경쟁력이 좌우할 것"이라며 "유무선 통신 가입자 데이터 기반이 확고한 만큼 금융 등 비(非)통신 기업과 손잡고 데이터 시장을 선점하려는 통신사들의 행보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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