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제도 못말린 재건축 기대감..오세훈표 해법은?
서울시가 지난 21일 재건축 기대감이 한껏 고조된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등 4개 지역 총 4.57㎢ 면적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전격 지정했다. 오세훈 시장 당선 2주 만에, 공식 취임식 전날 공개할 정도로 급박한 조치였다.
토지거래허가제가 발효된 27일 이후엔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아파트를 구입할 수 없고, 기존주택 처분 서약서도 내야하므로 이전보다 거래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주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재건축 기대감이 커서 시세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런 현상은 같은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압구정동과 목동에서도 나타난다. 27일 이전에 사려는 규제 회피 수요와 매매가격을 더 높이려는 매도자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더라도 거래량이 줄어들 뿐 시세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실수요 관리 측면에선 지난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잠실동,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보다 효과가 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울시는 우선 집값 불안이 확산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크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시장 불안이 야기되거나 투기세력 유입이 의심되면 즉각 추가 지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잠실 등 4개 지역은 기간 추가 연장에 무게가 실린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포함된 압구정, 여의도 등 4개 지역을 포함해 전체 50.27㎢ 면적이 거래허가제 대상이다. 이는 서울시 전체 면적의 약 7.7%에 달하는 규모다.
지역별 특수성을 고려해 단지별로 재건축 인허가 속도조절에 나서는 방안도 거론된다. 같은 지역이라도 상대적으로 노후도가 심각하고 사업이 장기간 정체된 단지는 신속하게 재건축 인허가를 지원하되, 사업초기 단계이거나 주거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곳은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하는 방식이다.
서울시가 최근 여의도 주거지역 전체를 상업지역으로 종상향하는 '여의도 통개발'을 포기하고, 신속하게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서 시범 등 노후도가 심각한 단지의 재건축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방향성을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 시장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공개적으로 제안한 직후 당일 오후에 토지거래허가제 추가 지정을 전격 발표한 것도 전략적 행보였다고 평가한다. 대외적으로 재건축 공급확대 의지를 밝히면서 시장 불안에 대해선 경계하는 쌍방향 시그널을 동시에 보냈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도 매매 수요를 관리하는 방안으로 오 시장이 과거 역점 추진했던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등 주거복지 정책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민간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입, 기부채납 등을 통해 최장 20년간 저렴한 가격에 거주가 가능한 장기전세주택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다만 매입임대 방식은 SH공사의 재정과 연계된 만큼 단기간 대규모 물량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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