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장치 없는 이라크 병원 '불'..코로나 중증환자 등 82명 숨져
병원 산소탱크 폭발 추정
중상자 많아 사망 더 늘 듯
인권위 "환자에 대한 범죄"
[경향신문]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이 입원한 이라크 바그다드의 한 병원에서 24일(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해 82명이 숨졌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라크인권위원회(IHCHR)는 병원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주장하며 “환자들에 대한 범죄”라고 비판했다. 이라크는 잦은 전쟁으로 병원 관리 등 의료시스템이 열악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확산돼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라크 내무부는 25일 성명을 통해 바그다드 남동부 이븐 알하티브 병원에서 불이 나 82명이 숨지고 110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이 다수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에 불이 번지면서 피해가 더 컸다. 이라크 보건부는 최소 200명이 현장에서 구조됐다고 밝혔다.
정확한 화재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AP통신은 “병동에서 산소 실린더가 폭발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소방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병원에 소방방호 장치가 없었고 천장 등에 방염처리가 되지 않아 불길이 더욱 크게 번졌다”고 전했다. 환자가 가득한 병원에 제대로 된 소방 장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알자지라는 “이라크 의료시스템은 이미 수십년 동안 전쟁과 각종 제재, 방치로 파괴되었고 코로나19 위기로 더 악화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병원은 환자마다 침대 옆에 있는 실린더로 산소를 공급받았는데, 의료진이 부족해 제때 교체가 이뤄지지 않아 위급한 상황이 종종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화재 당시에도 많은 중증 환자들이 대피를 위해 호흡기를 뗐다가 숨졌고 일부는 질식해 사망했다고 소방 관계자는 전했다.
이라크 인권위원회는 보건부 장관의 해임과 정부의 책임 있는 조사를 요구했다. 인권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정부와 의료기관의 손에 목숨을 맡긴 사람들이 치료를 받기는커녕 불길에 휩싸였다”며 “(이번 화재는) 코로나19로 지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라고 비판했다. 무스타파 알 카디미 이라크 총리는 바그다드 보건부의 담당 국장을 해임하고, 해당 병원의 시설관리 책임자 등을 해고했다. 이라크 정부는 이번 화재에 대해 사흘간의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이라크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4일 기준 10만2528명이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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